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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재 한국영사관, ‘진입 탈북자 거부하지 않을 것’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이 현지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미국 망명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열악한 삶이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지의 한국영사관은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진입하는 탈북자들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에 파견된 벌목공들의 삶은 매우 열악합니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매일 15시간 이상 작업을 해야 합니다. 1년에 쉬는 날이라고는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단 이틀 뿐입니다.

러시아 아무르 주의 한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탈출해 지금은 제3국으로의 망명을 계획 중인 전직 벌목공 김모 씨의 말입니다.

"아침 8시에 나가서 그저 빨리 끝나야 새벽 2시입니다. 늦게 끝나면 5시까지입니다. 그렇게 하고는 들어와서 쪽잠을 자고는 다시 일 나가고, 그렇게 합니다."

김 씨가 처음 일한 곳은 산 아래의 목재 선별장이었습니다. 산에서 잘라온 나무들을 선별하고 운반을 준비하는 작업이었는데, 혹한 속에서도 보통 하루 18시간 가까이 일 했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이후 산 속 벌목장에 배치됐는데, 작업 시간은 15시간 정도로 줄었지만 원시인이나 다름 없는 생활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차 빵통처럼 조그맣게 지어가지고, 거기서 7~8 명 정도 잘 수 있는 빵통을 만들어서 트랙터에 끌고 다니면서 자고는 또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런 생활인데, 그저 원시인 생활이나 같습니다."

7~8명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공간에서 발전기를 이용해 먹고, 자고, 이동하면서 계속 벌목 작업에만 매달리는 생활이 매우 비참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북한 벌목공들이 자진해서 러시아에 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작업량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생활비 등을 빼고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이 1백 달러 정도입니다. 자신은 고생을 해도 이 돈으로 고향의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러시아로 갑니다.

하지만 정해진 임금조차 밀리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작업장을 이탈하는 벌목공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망명한 한동만 씨는, 벌목소를 탈출한 결정적인 이유는 임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이 힘들고 한 것을 떠나서, 일한 돈을 주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방황하고, 거기서 계속 일해봤자 잘 되는 것도 없고, 집에는 맨손으로 못 가고 하니까 다 뛰는 거죠."

한 씨는 당 간부에게 뇌물까지 바쳐서 러시아에 갔고, 매달 현금 대신 나눠주는 돈표를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5년 만에 3천 달러의 돈표를 모았지만 당 간부는 돈이 없다고 했고, 결국 한 씨는 사업소를 탈출했습니다.

러시아라는 바깥 세상에 와서 느끼게 된 북한체제에 대한 회의도 탈출의 원인이 됩니다. 벌목소 간부 출신으로 지난 2005년 탈출해 한국으로 간 박모 씨의 말입니다.

"우선 첫째 북조선 체제에 불만이고, 두 번째는 더러 과오 범해서 뛰는 놈들도 있고. 하지만 이젠 과오보다도 북조선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뛰는 놈들이 대다수입니다."

북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는 건축과 벌목 등을 합해 약 4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 1만 명 정도는 작업장을 탈출해 살고 있습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날품팔이 등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탈출자들의 상당수는 한국이나 미국 행을 원하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에는 벌목공으로 일하던 북한 근로자 2명이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미국으로의 망명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지난 해 9월에는 벌목공 12명이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실 UNHCR을 통해 한국으로 집단 망명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거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 출신 벌목공들의 망명 요구 사례에도 불구하고 영사관 주변에서 러시아 경찰의 경계가 강화된 조짐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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