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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D 회장 ‘북한 전문층과 탈북자 사회 융합 지원해야’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는 민간 국제회의가 4일 서울에서 열립니다. 회의에는 각국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 탈북자와 인권 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가해 북한의 경제개발과 인권, 민주주의 성장 전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요, 이번 회의를 공동 주최하는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 (NED)의 칼 거슈먼 회장으로부터 행사의 목적 등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거슈먼 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반갑습니다. 거슈먼 회장님. 한국의 극동문제연구소와 서울에서 북한 공여 국제회의를 여시는데요. 어떤 목적이 있습니까?

답) 이번 회의는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지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세 번째 국제회의입니다. 먼저는 영국 등 유럽에서 열었죠. 서울은 처음인데요. 저는 잠재성이 가장 높고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서울 회의에 기대가 무척 큽니다. 많은 정부들과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들, 또 여러 인권단체들이 함께 모여 공개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북한 주민의 고립을 끝내고 국제 주류사회로의 편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행사죠.

문) 북한 정부는 정치, 경제, 인권, 심지어는 운동에도 늘 ‘우리식’ 을 강조합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경제개발과 인권, 민주주의를 국제사회가 논의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겁니까?

답) 아시다시피 북한 정부의 ‘우리식’ 주장은 그저 말과 수사 뿐이고, 유감스럽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방법은 실패했습니다. 한반도의 위성사진은 이런 사실을 너무도 명확하게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밤에 불빛으로 넘쳐나지만 북한은 칠흑 같은 어둠 뿐입니다. 경제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국이 북한보다 소득수준이17배나 높습니다.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많죠. 그러나 20년 전 서독과 동독은 2배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보수적으로 잡아도 1백만, 많게는 3백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정부가 주민들의 관심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화폐개혁을 보세요.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돈을 갈취했습니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빈부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개입해 북한에 문호를 개방하고 지도부 뿐아니라 인민을 위한 정책을 펴라고 용기를 북돋는 것입니다.

문)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변화를 꺼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개혁개방으로 특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고, 북한 당국에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십니까?

답) 북한과 비슷한 다른 나라의 개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은 대개 평화로운 전환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합의할 공간이 적기 때문이죠. 소수의 지배층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권력을 보호하려는 보수적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개혁세력이 생존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제도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면 개혁은 이뤄집니다. 특히 각계각층의 전문가(professional)들이 이를 추진하죠. 북한에도 이런 전문 인력들이 있습니다. 이런 전문인력들이 규모가 계속 늘고 있는 한국의 탈북자 사회, 특히 젊은이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서방세계를 알고 한국을 압니다. 이들의 학업을 지원하고, 개발 능력을 갖도록 돕는다면 이들이 다시 북한에 돌아가 북한의 전환을 도울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제는 독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으며, 북한 사회의 전환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드는 비용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 대안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이를 추구하며, 평화롭고 보다 통찰력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만 할 것입니다.

문) 지난 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점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런 지적을 하셨는지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답)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그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우리가 북한 관련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탈북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 내부를 제대로 아는 전문인력도 거의 없었고 북한 인권 보고서도 없었죠. 북한은 완전히 꽉 막힌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는 2만 명 가까운 탈북자 사회가 계속 성장하고 있고, 미국과 다른 나라에도 소수 탈북자들이 정착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열악한 현실에 더 눈을 뜨고 있고,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여러 매체와 경로를 통해 외부 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의 선전처럼 한국이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매우 성공적인 나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변화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또 주민들이 생존투쟁을 위해 스스로 형성한 장마당을 당국이 폐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제를 강화해 전체주의 정권의 붕괴를 막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중앙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부 정보를 통해 진실을 깨닫는 주민들이 더욱 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정보들을 통해 북한 정권의 균열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문) 계속해서 외부 정보 지원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뜻인가요?

답) “우리는 북한 인권 개선 활동과 인권 보고서 작성에 이어 대북방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 사회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세운 민간단체들이 북한 내 젊은이들과 지식인들, 군대 접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안팎의 정보들이 서로 소통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활동을 계속 지원해 탈북자들이 한국의 짐이 아니라 미래 북한의 재건과 남북 통일에 필요한 중요한 교량이자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문) 북한에서 활동 중인 여러 나라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들도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데, 말씀하신 내용과는 색깔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답) 두 가지 다른 접근법이죠. 인권과 대북방송을 지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개적으로 북한 정부와 인도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것은 상호보완적(Complementary approach)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상호 배제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매우 의미 있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서울 행사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정부와 단체들이 참석하는 만큼 저는 이 행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들이 제시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문) 저희 청취자 분들 중에는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 대해 낯선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요. 끝으로, 민주주의진흥재단이 어떤 단체이며, 북한에 대해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답) NED는 민간재단으로, 미 의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의회가 전세계 1백 개 이상의 나라에서 민주주의 활동을 하는 많은 민간단체들을 지원하라는 임무를 준 것이죠. 우리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 등 3개 분야에 걸쳐 13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북 프로그램이 더욱 커지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인신매매에 희생된 여성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습니다. 한국에 탈북자 사회가 커지고 안정되고 있는 만큼 저는 이런 분들이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활동을 더욱 지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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