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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 납득하기 어려워'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폈는데요.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거듭된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1주일 만에 또다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 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대북 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제재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이 되고 만다.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치 않는다.”

미국 정부는 북한 외무성의 담화가 나온 18일이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의 생일을 기리는 연방공휴일이어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대북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의 말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부정적인 이유를 보이는 이유는 2가지 입니다. 우선 미국은 이미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를 공식 거부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1일 평화협정과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미국의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순서”라며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 1874호에 근거한 것입니다. 따라서 제재가 풀리려면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지, 미국 마음대로 북한과 협상을 해서 제재를 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도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리려면 북한이 6자담에 복귀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지난해 12월 평양 방문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경우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난해 6월에 시작됐습니다. 북한이4월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5월에 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 12일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채택한 이 결의는 북한의 무기와 관련된 수출입과 금융 거래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에 대해 공해상의 검색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지난 7개월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몇몇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선 지난해 6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화물선 ‘강남호’가 버마를 향해 가다가 미 구축함의 추적을 받고 남포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또 지난 연말에는 북한산 무기를 실은 수송기가 태국에서 억류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북한 군부의 돈줄인 무기 수출을 상당부분 차단해 외화난이 가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미국북한인권위원회에 있는 김광진 방문 연구원의 말입니다.

“평균적으로 1년에 몇 억 불 정도 되겠죠, 1년에. 그런데 유엔의 대북 제재로 북한 자체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많은 (무기)북한의 거래자들이, 수송도 그렇고 은행 거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밖에도 유엔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는 이제선 원자력총국장 등 북한 정부 인사 5명과 단천상업은행 등 8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북한의 고위층 인사들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할 경우 외화난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일반 경제 사정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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