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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공격 가상훈련 언론 공개


북한의 관영매체가 최근 한국을 공격하는 탱크부대의 가상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시점에서 대내외적인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탱크사단 시찰 뉴스를 전하면서 한국을 공격하는 가상훈련 사진 59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4장에는 한국의 지명과 고속도로 명칭, 그리고 구간 거리 등이 선명하게 쓰인 표지판 옆 눈길을 북한 측 탱크가 달려가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들에는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 킬로미터’ 혹은 ‘호남고속도로’, ‘부산’, ‘창원’, ‘삼랑’ 등 도로명과 지명들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북한 언론이 한국 지명 등이 쓰인 표지판까지 설치해놓고 공격훈련을 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훈련사진 공개는 북한이 최근 신년 공동사설에서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그 의도를 놓고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대남 경계심이 풀어지지 않도록 단속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입니다.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보면 지금 남쪽에 대해서 굉장히 유화적인 입장을 개진했구요,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굉장히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와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여태까지의 남쪽에 대한 정책을 전환하는 시점이 돼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남쪽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하게 하는 그런 내부단속용일 수도 있구요.”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에 참관한 부대는 ‘근위서울 류경수제105 탱크사단’으로,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전차부대이며,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선군혁명 영도’를 말할 때 그 본산으로 꼽는 부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의 대남 경계심을 고취하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북한 군의 상징적인 기갑부대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차원에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함을 미국과 한국 등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입니다.

“남한보다는 군사력 면에선 우위에 있다, 한국 사회를 협박하는 이런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협박을 받는 쪽에서 평화회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평화협정이라든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을 북한 군의 통상적인 훈련의 하나로 보고 그동안 북한 매체들이 대내적으론 이런 훈련 내용을 보도해왔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이번 훈련 장면 공개는 미국과의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도발적 행동을 취하곤 했던 북한의 전통적인 양면전술의 하나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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