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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금융규제 강화 역설한 오바마 대통령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에 빠뜨렸던 미국의 경제위기는, 월 스트리트 즉 월가라고 불리는 미국의 금융산업에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작년에 미국의 대형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는데요, 투자은행 중에서는 리먼 브라더스 사가 2008년 9월 15일,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이 리먼 브라더스 사, 문을 닫은지 벌써 일년이 지났는데요, 그런데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최근 이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일주년을 맞아서 뉴욕의 월가를 찾았죠?

(답) 네, 1년 전, 미국 내 투자은행 중에서 네번째 규모를 자랑햇햇던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지 일년이 되는 즈음에, 월가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 이 자리에서 금융개혁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 미국의 경제위기는 미국인들의 과소비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 말고, 월가가 파생금융상품이란 것을 무분별하게 판매해서, 금융시장을 통제가 힘든 상태로 만든 점도 경제위기의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죠?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경제위기의 주범 중에 하나인 월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구요. 또 새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도 미국의 금융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힌 바 있는데요, 성과가 있었나요?

(답) 네, 오바마 행정부, 그동안 이번 경제위기를 몰고 온 원흉은 월가의 금융기관들, 특히 이 기관들에서 팔아온 파생금융상품이라고 지적했었죠. 그래서 오랫동안 이 파생금융상품이니 뭐니 해서, 탐욕을 부리다, 이번에 큰 사고를 친 금융기관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 왔습니다.

(문) 금융기관 규제 강화를 위해, 오바마 정부 측에서 나온 안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안이 바로 ‘소비자금융보호청’을 신설하겠다는 방안이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소비자 금융보호청은 미국 재무부가 이번 금융위기 와중에 크게 문제가 됐던 주택담보대출 증권 같이, 위험이 큰 상품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겠다고 한 기관이죠? 한마디로 금융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을 규제하겠다는 그런 말입니다.

(문) 사실, 지난 약 20년간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 금융기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재직하는 기간 중에 금융산업 육성을 이유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이 철폐되거나 완화됐었죠. 미국 금융기관들이 방금 말씀드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 즉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증권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해 팔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월가는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자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행정부의 움직임을 반기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금융기관들, 처음에는 여론을 의식해서, 잔뜩 웅크리고 있었죠? 이들은 경제위기는 탐욕을 부린 금융기관들의 탓이고, 이들 탐욕스러운 금융기관의 활동을 규제해야 하다는 행정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근신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문)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한 작업을 벌이던 미국의 금융기관들인데요, 처음에는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책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금융기관들, 이제 서서히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현상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기 때문입니다.

(문) 얼마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끝나가고 있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물론 실업률이 거의 두자리 수에 달하고, 실물 경기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여기저기서 경제가 조금씩 좋아진다는 보고가 들리고 있죠? 그동안 조용하게 웅크리고 있던 금융기관들, 이런 경기회복 소식을 빌미로 드디어 행동에 나서는 건가요?

(답) 그렇습니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재정상태를 많이 개선시켰고요, 또 그동안 많이 떨어졌던 회사 주식값도 일정 정도 회복한 상태입니다. 이 말은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 자금이 풍부해졌다는 그런 말인데요, 이들은 이제 서서히 이런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로비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 로비라고 하면, 정책을 만드는 정부 관계자나 의원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활동을 말하죠? 그런데 요즘 금융규제 강화를 막기 위해 월가가 고용한 대표적인 로비스트가 바로 금융서비스회의란 이름의 로비회사죠?

(답) 네, 이 회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제이피 모건이나 씨티 그룹 등을 포함한 97개 미국의 금융회사가 돈을 모아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이 회사가 요즘 금융산업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문) 금융기관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라면 역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하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 조직은 새로운 규제기관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소비자금융보호청을 만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금융기관들이 거두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국가경쟁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로비단체인 금융서비스회의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금융규제 강화안에 있어서 핵심항목인 소비자금융보호청 설립을 막으려 하는 것이죠.

(문) 하지만, 월가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부분에 대한 개혁을 다짐했죠?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월가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과거의 잘못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보다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를 위해서는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진보적인 경제학자인 폴 쿠루그먼 교수는 경제위기 이후, 미국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금융부분이라고 지적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요즘 의료보험 개혁 문제로 한창 바쁜 오바마 대통령,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해지는군요. 김정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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