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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아태평화위원회 합의 내용 분석.전망


한국 내 전문가들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대해 남북한 당국 간 대화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앞으로의 당국 간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 간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중단됐던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될 단초가 마련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을 계기로 한국 정부에 공을 넘겼고 한국 정부가 일단 합의사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당국 간에 이뤄지는 공동보도문 형식을 취함으로써 현 회장이 사실상 한국 정부의 ‘준 특사’ 역할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한국 정부도 이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굉장히 강력하게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나타냈다고 보고요. 동시에 남한 정부로 하여금 대북정책을 변화하도록 강력히 요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남한 정부가 이것을 적극적으로 수용을 하고 이 기회를 이용해서 남북관계 개선을 나아가는 그런 방향이 바람직할 거고, 어찌 보면 그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남북경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고사 위기에 처했던 경협 사업도 활로를 찾을 전망입니다.

우선 지난 해 7월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이 ‘관광에 필요한 편의와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단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이 금강산 피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합의가 이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개성관광의 경우 북한이 먼저 중단했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의 신변안전만 보장된다면 재개가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이 지난 해 12월부터 일방적으로 시행해왔던 출입과 체류제한 조치를 완화키로 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담긴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많습니다.

특히 백두산 관광의 경우 10.4 정상선언의 이행과 결부된 것이어서 선언 이행 문제를 놓고 당국 간 협의가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원은 “당국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민간 기업과 합의한 점으로 미뤄볼 때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꾸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현대와 협약을 맺음으로 해서 한국 내부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꿔라. 즉,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진전하는 방식으로 바꿔라, 라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미끼죠. 그런 의도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일시적으로 택한 유화제스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앙대 이조원 교수는 “오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달성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경제 살리기’를 위해 달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 국면에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게 바로 남한과의 경협사업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조원 액트] “북한판 경제살리기에 동원할 수 있는 가용수단은 남한 밖에 없습니다. 북한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손익계산을 했을 겁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북한판 경제살리기를 하는데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재원이라고 판단하고 포괄적 팩키지로 이번에 거론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들 사업의 실행 가능성은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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