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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북 식량지원 중단 1년 경과


미국 국무부는 이번 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식량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내 식량난이 최근 더욱 절박해졌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나온 것입니다. 서지현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정확히 1년 전 미국 정부의 첫 대북 지원 선적분이 남포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군요.

답) 네, 특히 북한 내 식량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6월29일, 미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 50만 t 가운데 첫 선적분을 실은 미국 국적선 볼티모어 호가 남포항에 도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하지만 1년 후인 지금, 미국 정부가 대북 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현 상태로서는 재개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힌 실망스러운 소식을 다시 전하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지원량 50만 t 가운데 북한에 전달된 식량은 민간단체 몫 7만4천5백20 t과 WFP 배분 몫 9만4천6백70t 등 총 16만9천1백90 t 인데요. 민간단체 측은 자신들이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북한 당국이 민간단체들이 배분하지 못한 2만2천 여 t의 식량을 지난 5월 수혜계층에게 전달했다고 통보해왔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 분량까지 합치면 북한에 전달된 미국 정부의 지원 식량은 총 19만1천1백90t 입니다.

) 당초 보내기로 한 50만 t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식량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 것이군요. 지난 2005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던 미국 정부가 지난 해 지원 재개를 결정한 뒤, 올해 상황이 또 다시 이처럼 바뀌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뭘까요.

답)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밝힌 바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세계식량계획, WFP의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분배 감시 문제, 즉 모니터링에 대한 양측 간의 합의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식량이 다른 데 쓰이지 않고 수혜계층에게 정확히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대북 식량 지원 재개를 발표할 때부터 현재까지 일관됩니다. 지난 해 5월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한다고 밝힌 국무부의 발표 내용, 다시 들어보시죠.

션 맥코맥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해 5월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모니터링 방법이 도출됐다며, 6월부터 1년 간 북한에 50만 t의 식량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초 2007년 8월31일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의사를 처음 밝힌 뒤 그 해 10월과 12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 당국자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반 년이 넘게 오직 모니터링 문제를 높고 북한과 협의를 벌여왔는데, 그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입니다.

) 그렇게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타결된 모니터링 합의가 어떻게 다시 깨진 겁니까. 첫 선적분 도착 이후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죠.

답) 지난 해 6월29일 첫 선적분인 3만7천2백70t의 밀이 남포, 청진, 흥남항을 통해 북한에 처음 들어간 뒤 이후 8월까지 이어졌지만 WFP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은 8월을 끝으로 중단됐습니다. WFP를 통한 지원 기간은 사실상 몇 달 되지 않는 셈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인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 물자를 올바르게 써야 한다는 책임을 내세우면서, 배고픈 사람이 지원 식량을 얻어야 한다며 북한 내 모니터링에 문제점이 있다고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어 구사요원 수를 둘러싸고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미국 정부는 WFP 북한 주재 국제요원 59명 가운데 한국어 구사 요원이 총 12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 당국은 기존에 입국한 한국어 구사 요원 3명 외에 9명에 대해서 추가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후 지난 3월에는 50만 t 가운데 10만 t의 분배를 맡은 민간단체들마저 철수했는데요.

답) 네, '머시 코어'와 '월드 비전', '조선의 기독교 친구들', '글로벌 리조스 서비스', '사마리탄스 퍼스' 등 5개 단체는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 식량 50만 t 가운데 10만 t의 지원을 맡아 자강도와 평안북도에서 배분을 담당했었는데요. 북한 당국의 요구로 이들 민간단체 요원 16명 전원이 지난 3월 31일 북한에서 철수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WFP 의 배분 중단 이후 민간단체들이 WFP 배분 몫까지 대신 맡아 북한 내 전달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민간단체들의 전면 철수로 이 같은 기대도 부질 없게 됐습니다.

) 이번 주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현 상태로서는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 재개가 요원해 보입니다.

답) 네, 국무부 측은 지원되는 식량이 적절히 사용된다는 보장이 없는 한 북한에 식량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해 WFP를 통한 지원이 중단된 이유가 바로 한국어 구사 요원의 수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토빈 듀 WFP 평양사무소장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WFP 요원 가운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요원을 모두 출국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모니터링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여건에서 오히려 거꾸로 후퇴한 것입니다.

) 모니터링 문제 외에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북한을 둘러싼 정치 상황 아니겠습니까.

답) 네, 미국 국무부 측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핵 문제는 전혀 연계돼 있지 않으며, 모니터링 문제만이 주요 논의 대상이라고 거듭 밝혀왔는데요. 지금까지 '미국의 소리' 방송을 통해 소개해 드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에 정면 배치됩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분명히 지난 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키로 한 50만 t의 식량은 싱가포르 협의 이후 핵 문제 진전에 대한 대가였다면서, 정치적 문제가 분명히 개입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식량 문제 전문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 역시 북한 당국의 행동은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며, 북한이 미국에 협조하면 미국 정부는 관대하고, 북한이 계속 호전적인 행동을 하면 정치적 상황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5월 핵실험, 이후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모니터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여론의 부담을 안고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해 첫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첫 선적분 도착 이후 1년 간의 경과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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