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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이슬람 율법 통치로 정부 권위 흔들


파키스탄 정부가 평화 정착을 위해 변경지역 일부 주들에 허용한 이슬람 율법통치가 시작부터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무장단체들이 모호한 법을 악용하는 바람에 북서부 변경 주에서 정부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파키스탄에는 엄연히 대통령과 국회가 있고 또 헌법도 있는데, 이슬람 율법 통치가 허용됐다는 게 의외로 들리네요?

답) 그렇죠. 북서부 변경 주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파키스탄 정부가 고민 끝에 허용한 겁니다. 물론 파키스탄 전역이 아니라 북서부 말라칸드 지방에서만 샤리아라고 불리는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통치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허용했습니다. 연방 하원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서 지난 주 자르다리 대통령이 평화협정에 서명해서 이슬람 율법 통치가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문) 파키스탄이 북서 변경 지역에서만 율법 통치를 하기로 한 이유는 뭡니까?

답) 이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무장세력과 정부가 타협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세력 탈레반이 파키스탄 지역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정부,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맞서기 위해서 탈레반이 파키스탄 무장세력들과 결탁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무장세력들의 저항이 워낙 거세고 북서부 지역 곳곳에 세력을 뻗치고 있어서 파키스탄 정부가 평화협정이라는 중재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무장세력은 무력 활동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평화협정에서 선언했습니다. 대신 정부가 이슬람 율법 통치를 허용한 거죠.

문) 무장세력의 자치를 허용한 셈이군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 율법 통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 이슬람 율법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법원이 설치됐는데요, 벌써부터 냉혹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무장세력 지도자와의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7살 먹은 소녀가 간통죄를 뒤집어 썼는데요, 사람들 앞에서 서른 대가 넘는 태형, 그러니까 매를 맞았습니다. 또 앞으로 이슬람 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고등법원과 대법원 같은 파키스탄의 정규 법정에서 항소와 항고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이슬람 고위 성직자가 발표했습니다.

문) 이렇게 되면 파키스탄의 사법체계가 둘로 갈리는 결과가 빚어지는 것 아닙니까?

답)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파키스탄의 헌법학자 ‘자인 쉐이크’ 씨의 말입니다.

새로 설치된 이슬람 법원의 판사들, 파키스탄 말로 카지라고 부르는데요, 이 판사들이 이슬람 율법을 멋대로 해석해서 선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파키스탄의 헌법상 모든 법률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사법 절차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 법원 판사들이 이런 절차를 뛰어넘는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국회가 이슬람 법원 판사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파키스탄의 사법체계가 둘로 나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문) 상황이 그렇다면 파키스탄 정부의 역할과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그런 분위기가 벌써부터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을 중재했던 이슬람 성직자 수피 모하메드마저 파키스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모하메드의 말입니다.

파키스탄의 민주제도, 그리니까 정부와 국회, 사법부 모두 이슬람 율법과 맞지 않고, 이런 이단자들의 제도에서 나온 정부의 행위 역시 이슬람 율법에 배치된다는 주장입니다.

문) 평화협정 중재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정말 곤혹스럽겠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서방 국가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국내 치안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율법 통치를 허용했는데,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정부의 권위가 흔들거리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파키스탄 정치권에서는 무장세력과 맺은 평화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무장세력의 움직임도 궁금한데, 이슬람 율법 통치가 실시된 뒤에 정부와 무장세력 간에 평화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 평화협정이 발효될 때만 해도 파키스탄 정부는 무장세력이 순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무장 활동에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지역으로 더 세력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역시 이슬람 신자인 만큼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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