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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개성 접촉 대응책 마련 부심


한국 정부는 북한 측 제안에 따라 내일(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남북한 당국 간 접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북한 측이 지난 16일 접촉을 제안하면서 ‘중대 문제’를 통보하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 당국이 거론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한국 정부는 내일 열리는 접촉에서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를 연계하는 내용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봅니다. 현재 이런 맥락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남북 접촉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문제 등을 협의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남북 당국자 간 접촉 준비 상황과 PSI 대책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대응기조를 점검해 보자는 차원에서 모인 것”이라며 “남북 당국자 간 접촉에서 여러 다양한 상황이 예상될 수 있는데 정부의 기조는 ‘담담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예단할 필요가 없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면서 “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나가면서 실용적,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통보할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번 접촉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인 만큼,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들 준비하고 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답) 북한 당국이 밝힌 ‘중대 사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입니다.

“이번 남북 접촉이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에 관한 문제, 그리고 지난번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하셨지만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

따라서 우선 탈북 책동 등의 혐의로 20일이 넘도록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대한 신병 처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 유 씨 사건을 빌미로 공단 축소나 남북 육로 통행에 관한 새로운 조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북한이 접촉을 제의하면서 개성공단 사업에 관한 것이라고 한정한 점을 들어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에 관한 내용을 언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PSI에 관한 북한의 강경한 반발이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유 씨의 ‘위반 행위’에 정부 당국이 개입됐다는 등 주장을 펴며 공단 운영에 제약을 가하려 하거나 한국의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개성공단 통행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등의 엄포를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 북한 측이 PSI 전면 참여를 문제 삼을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네, 한국 정부는 PSI 전면 참여에 대해 북한 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상세히 설명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0일 “내일 접촉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그럼에도 북한이 PSI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에 대해 정부 입장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PSI에 전면 참여한다 해도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해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어서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북한 당국에 적극 강조할 예정입니다.

문) 내일 열리는 개성 접촉에는 한국 측에서 누가 참석합니까?

답) 네, 한국 정부는 통일부 김영탁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을 비롯해 김남식 남북회담본부 회담기획부장 등 통일부 당국자들과 유관 부처 당국자, 문무홍 개성공단 관리위원장 등 모두 7명의 협상단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단에 외교부 관계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장관급회담의 경우 외교부 당국자가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접촉 수준인 데다 의제도 개성공단 사업이어서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에서 대표단에 포함되면 PSI와 관련해 북한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측면도 감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문) 남북 접촉을 하루 앞둔 오늘 개성공단 분위기가 어떤지요?

답)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을 하루 앞둔 20일 파주 남북출입무소의 출•입경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날 개성공단으로 출발한 근로자는 모두 6백88 명으로 차량 3백76대에 나눠 타고 모두 정해진 시간에 떠나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근로자들은 한국 정부의 PSI 가입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당국자 간 접촉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의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건설업체 직원 최모(44) 씨는 “북한 측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공단) 안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남북 간 긴장이 계속되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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