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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권 행동계획은 '전시용'


중국 정부가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국가인권 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인권 상황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자주 비난을 받아왔는데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 행동계획의 주요 내용과 의미, 국제 인권단체들의 반응 등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 나와있습니다.

) 먼저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 행동계획의 내용부터 알아볼까요?

답)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지난 13일 발표한 '2009-2010년 국가인권 행동계획'은 52쪽 분량으로 돼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주민에 대한 불법구금과 고문 행위를 차단하고 소수민족과 여성, 장애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 공정한 재판권과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더 보장하는 한편 생계와 발전을 위한 인민들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주로 인민의 경제, 사회, 문화권 등에 초점을 맞춘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회보장과 의료지원 개선, 소수민족에 대한 교육권 확대, 실업과 임금 개선 등 노동권 확대 보장, 환경오염으로부터 주민들의 삶을 더욱 보호하는 조항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렇게 사상 처음으로 인권 행동계획을 발표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답) 국제사회의 계속적인 비판과 날로 늘고 있는 중앙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공안의 지나친 법 집행과 공권력 행사가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번 인권 행동계획에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지난 해 공안에 끌려가 구타를 당한 한 주민이 불만을 품고 공안당국을 기습해 공안요원 6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지난 몇 년 간 당국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중국의 이번 발표.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일단 발표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중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얘기죠. 그러나 이번 발표가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중국의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어 전시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매우 높습니다. 중국이 발표한 내용은 이미 중국 헌법이 보장하는 것으로, 근본 문제는 계획이나 문서가 아니라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느냐 여부인데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 국제 인권단체들이 빠졌다고 지적하는 주요 인권 문제들을 자세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답) 법 집행당국의 불법구금 행위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앙 당국이 지방 정부에 과도하게 법 집행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지방안전국이나 공안당국 등 법 집행기관이 적법한 재판 과정 없이 피의자들에게 노동교화를 강제로 집행하는 행위가 중국에서 빈번한데요. 이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국가 지도자들을 인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진정한 의미의 참정권 보장이 없고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극심했던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박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했습니다.

)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등 외적인 문제는 많이 개선이 됐는데 인간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표현하는 권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일부 인권 운동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사실상 아무런 개선 조치를 담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임의로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는 언행을 하면 가차없이 처벌을 가하는 현 상황에서 인권의 진정한 정의는 국민이 아닌 중국 정부의 손에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진정성이 없다는 주장인데요. 중국 정부는 그런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이번 계획서에서 국내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까지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정부의 이번 인권 행동계획 발표가 북한에 던져주는 시사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더 이상 '우리식' 인권은 국제사회에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지적에 대해 내정간섭, 또는 정권 붕괴를 위한 제국주의 세력의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북한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국들이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동참하고 있고,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국제사회의 권고를 따라 인권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북한 정부의 이른바 '우리식 인권론'과 다양한 인권 침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게 인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진행자: 김영권 기자와 함께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인권 행동계획의 주요 내용과 의미, 국제사회의 반응 등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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