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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북한 국제요원 축소-대북 식량 지원 전망


세계식량계획, WFP가 북한 내 배분 감시 요원들을 일부 철수하고, 지역 사무소를 폐쇄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WFP 측은 이를 어떻게 보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세계식량계획, WFP가 북한 내 국제 배분 감시요원의 수를 줄이고, 지역 사무소를 폐쇄키로 한 것은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인데요. 한국어 구사요원 수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협의는 왜 진척이 없는 겁니까.
답: 미국 정부는 WFP 북한 주재 국제요원 59명 가운데 한국어 구사요원이 총 12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WFP는 기존에 북한에 입국한 국제요원 가운데 3명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추가 한국어 구사 요원 상당 수를 채용했으나 북한 당국이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의 요구 사항에 따르면, WFP가 채용한 한국어 구사 요원 9명의 추가 입국을 놓고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양측의 협의를 기다리는 WFP는 어떤 입장입니까?

답: WFP 는 공식적으로는 전체 한국어 구사 요원이 몇 명이 돼야 하느냐는 WFP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당국 간의 협조에 따른 문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WFP 의 속내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WFP 사무소 폴 리즐리 대변인의 말, 들어보시죠.

리즐리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어 구사 요원이 몇 명이냐의 문제는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WFP가 충원한 60명 가까운 인력에는 모니터링 요원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한국어 구사 요원의 추가 입국을 요구하는 것은 식량이 필요한 대상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하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북한에서 활동하는 WFP 입장에서는 전체 한국어 요원 수가 많으냐, 적으냐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WFP에 따르면, 북한에 입국했던 국제요원들은 물류 담당자, 기술자, 공보 담당자, 항구 및 시설 담당자, 영양 전문가 등 식량 지원에 필요한 각각의 전문 분야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이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국제요원들이 모두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WFP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일’이지만 식량 지원 과정에서 이들 전문가들이 모두 한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식량을 지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실제로 전달을 맡는 WFP의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달할 식량이 있어야 WFP가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텐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답: 양측이 합의를 이뤄 미국 정부의 WFP를 통한 식량 지원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연구위원은 최소 6개월 안에는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한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든 상황에서 북한은 식량 사정이 급박해지면 중국 측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권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권태진 연구위원: 혹시 부족하면 중국하고 어떤 협력이 될지. 아마 올해는 중국이 도와주지 않겠나 예상은 하는데요. 그 변수를 빼고 나면 별로 없죠. 미국이 제일 큰 데 그거는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한국 정부하고는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 않고요.

북한 경제와 식량 문제 전문가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을 다루는 것은 늘 협상의 문제라며, 미국이 어느 정도에서 선에서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특히 모니터링 문제는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개선이 없으면 양측 간 합의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과거 행동을 이유로 미국과 북한 측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예측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과거부터 계속 국제 기구들의 한국어 구사 요원 입국을 막아왔다면서, 한국어 구사 요원이 부족한 것은 당연히 WFP의 대북 지원이 중단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악화돼 가는 북한주민들의 식량 사정일 텐데요. 미국의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의 지원마저 주춤해져 우려가 더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될까요?

답: WFP는 대북 지원국을 확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지원이 필요한 세계 각국에 한정된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 효율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북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는 별도로 고려돼야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지원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 중 정치 상황이 포함되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이 넘게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펼쳤지만 북한의 정치, 경제 개혁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면서 기부 효율이 떨어지자 기부국들의 지원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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