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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통일 그린 영화 ‘호랑이 정신’


남북 이산가족과 탈북자, 통일 문제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호랑이 정신’(tiger spirit)이 최근 캐나다의 역사 텔레비전에서 방영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제작자인 한국계 캐나다인 이민숙 감독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다큐멘터리 ‘호랑이 정신’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화상 상봉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보이십니까? / 네, 보입니다. / 영제 형님이 11월 며칠 날 돌아가셨다구요?/ 7일…”

화면 속의 가족들이 부모와 친척의 생사를 확인하는 가운데 제작자인 이민숙 감독은 한국전쟁이 빚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직접 해설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이민숙 감독 자신의 어린시절입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3살 때 캐나다로 이민 한 이 감독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됐습니다. 생업에 바쁜 부모가 한국 이야기를 들려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매쉬M*A*S*H’를 통해 한국전쟁에 대해 알 정도로 한국을 배울 기회가 적었다는 이민숙 감독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와 가족 등을 이해하려는 열망에서 `호랑이 정신’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카메라는 생업을 포기한 채 한국산 호랑이를 찾아 다니는 임선남 씨로 시선을 옮깁니다. 임선남 씨는 이 감독에게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한국 지도가 도약하려는 호랑이를 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호랑이가 고분고분한 토끼로 둔갑하게 됐다고 알려줍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인들이 일본에 저항해 힘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 일본 사람들이 이 정신이 어디서 나오는가 파악했죠. 한국인들이 호랑이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죠. 호랑이처럼 용맹스런 기운이 나온다, 그래서 호랑이를 다 없애자.”

이민 1.5 세대가 본 분단의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인 `호랑이 정신’은 바로 한국인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이민숙 감독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임신 6개월의 몸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임선남 씨와 함께 호랑이를 찾아 산행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는 임선남 씨의 호랑이 찾기, 한국 내 이산가족, 한국 정착 탈북자의 모습 등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자 이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위 장면도 보입니다.

`호랑이 정신’의 전반부가 분단으로 인한 남북 간 갈등을 그렸다면, 후반부는 개성공단의 근로자들 모습, 그리고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화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민숙 감독 자신의 심적 변화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딸아이를 출산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민숙 감독은 딸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으며, 즉시 자신의 가족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처음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극으로 생각하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이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딸을 낳은 뒤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는 것입니다.

이 감독은 딸 출산과 함께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가족과 헤어져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악몽을 부모 세대 한국인들이 겪었고, 자신은 그 후손임을 알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2년 간 한국과 북한에서 촬영된 `호랑이 정신’은 지난해 봄 출품된 이래 토론토의 핫독스(hot doc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캐나다와 북미 지역에서 열린 각종 국제영화제에 소개됐습니다. 지난 달 26일에는 캐나다 역사 텔레비전에서 방영돼 호평을 얻었습니다.

이민숙 감독은 특히 한국계 이민자들이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한국계 이민자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준데 대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올해 40살로 다큐멘터리 제작 외에 방송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민숙 감독은 그동안 불법 노동자와 경찰에 대한 정치적 압력 등 사회 현안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제작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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