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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에 핵 검증 압력 넣는 데 한계 있어’


북 핵 6자회담이 핵 검증 문제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 중국의 대북 특사가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갖고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진척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12월 열린 6자회담이 핵 검증 문제로 성과 없이 끝난 상황에서 왕자루이 부장의 평양 방문은 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보니 글래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핵 검증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지난 해 12월 6자회담을 주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3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 (KEI) 에서 열린 토론회 발표에서, 중국은 북 핵 검증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 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핵 검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영향력이 있느냐 입니다. 글래이저 연구원은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악화됐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글래이저 연구원은 중국과 북한이 아직도 마찰을 빚고 있다는 증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두 나라 관영매체들이 김정일 위원장과 왕자루이 부장의 만남을 핵실험 이전 수준만큼 열렬한 태도로 보도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래이저 연구원에 따르면, 핵실험 이전에도 중국은 북한에 외교적 조언을 열심히 했지만, 북한은 이득이 될만한 것만 받아들이고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압력을 심하게 가한다면 대규모 탈북 사태가 벌어져 북한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는데, 이것은 중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경제성장을 가장 큰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시아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밖에도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데 앞장섬으로써 이른바 ‘평화적인 경제발전’이라는 기치를 대외적으로 널리 홍보하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이런 중국의 사정을 잘 아는 북한은 6자회담의 중요 고비 때마다 중국을 역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존 박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글래이저 연구원은 미국도 과거에 비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크게 기대지 않고 있다며 존 박 연구원과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외교적 수단 가운데 무엇이 효과가 없고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이 이제는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글래이저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글래이저 연구원은 그러나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너무 오래 끌 경우 북한이 돌출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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