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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회교혁명 30주년, 미국과의 갈등 해소되나?


이란과 미국 간 관계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고, 이후 30년 동안 양국은 적대국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나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에 대화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으며 이란 역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슷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반목을 거듭해온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묵은 갈등을 털어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보겠습니다.

1979년 2월 1일, 반정부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프랑스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본격화 됐습니다. 그 해 11월 4일 반미를 외치는 학생들은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3명의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끊어진 양국 관계는 30년 간 갈등 국면을 이어 갔으며,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다른 두 개 핵 개발 국가들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칭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이란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이란에서는 소수의 독재자가 국민들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 대통령과 전혀 다른 신호를 이란에 보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어 뉴스채널인 알 아라비야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같은 나라들이 주먹을 편다면 미국도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적대감은 미국이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적극 지지하면서 본격화 됐습니다. 팔레비 왕조는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지지를 받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습니다.

전직 이란 외교관 출신인 쉬린 타마시브 헌터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많은 이란인들이 팔레비 왕조를 무자비한 압제자로 간주했으며, 이는 곧 이란의 이슬람교인들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팔레비 왕조가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아 비종교적 정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이는 곧 이슬람주의자들이 사원이나 다른 종교 조직을 기반으로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난 1979년 10월22일 와병 중인 팔레비 국왕의 입국을 허용하면서 이란 내 이슬람 과격파의 분노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 해 11월4일 이슬람 과격파들은 드디어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했으며 많은 이란인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란에 인질로 붙잡혔던 미국 외교관 브루스 레인젠은 이란인들의 미국 대사관 점거가 처음에는 단순히 상징적이고 단기적인 조치였지만 곧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회고합니다.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대사관을 점거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범한 이란인들, 특히 젊은 학생들의 열정적인 민족의식을 빠르게 고취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레인젠을 포함한 미국인 인질들은 4백44일이 지난 1981년 1월20일에야 비로소 인질 상태에서 풀려났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양국 관계를 더욱 냉각시켰습니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8년 동안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중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지지했습니다. 미국이 2003년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뒤 이란은 일부 성직자와 정당과 연계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계기는 바로 이란의 핵 개발 야심입니다. 이란 정부는 평화적 목적으로 핵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부 아랍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을 지역 내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앤소니 코즈먼 수석 연구원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코즈먼 연구원은 이란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도 순탄하지 못하며,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페르시아만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은 더더욱 미약하고 터키에 압력을 가하기에도 역부족이며 시리아와도 비슷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난 지 올해로 30주년이 됐습니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먼저 이란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세기를 이어온 양국 간 갈등을 조금씩 털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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