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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대남 공세는 군부 영향력 강화 시사’

  • 최원기

한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최근 잇따른 강경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대남 공세 배후에 북한 군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군부가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선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개성관광과 남북 철도를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이번 조치를 '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대남 압박' 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보수적인 시각에서 남북관계에 임하자 북측이 급기야 개성관광 중단이라는 칼을 빼어 들었다는 것입니다.

"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전임자와 달리 북한을 '보통국가'로 취급하는 데 대해 평양 당국이 상당히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간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이명박 정부를 압박해 양보를 받아내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감정 문제'가 남북 경색을 초래한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가급적 숨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 등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 사실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전세계로 타전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그렇잖아도 이명박 정권을 별러왔는데, 대북 삐라 살포에 이어 한국이 최근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자로 나서자 강경 조치를 현실화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북한 측은 민간단체들이 남한 정부의 사주를 받아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분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한 군부의 득세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초 개성관광은 지난 해 1월 남한의 민간 기업인 현대아산과 북한의 노동당 외곽조직인 '조선아시아 태평양 평화위원회' 간에 합의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개성관광을 중단하려면 북한의 조선아시아 태평양평화위원회가 나서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개성관광을 중단시킨 것은 북한 군부인 '장령급 군사회담 대표단 단장'이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연구원은 "이는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존 박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북한의 권력 판도에서 힘의 균형이 바뀌었거나, 군부의 입김이 강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군부의 득세를 시사하는 대목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간 열린 두 차례 남북회담은 모두 북한군이 주도하는 군사실무회담이었습니다. 또 지난 6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북한 군부의 김영철 중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전면에 나서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모두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10년 이상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가 득세를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김정일은 수 년 간 국방위원회를 통해 북한을 통치해 왔지만 국방위원회는 사무실도 없고, 건물도 없는 유령 기구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은 군부보다는 노동당을 통해서 북한을 통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나아진 경제 사정이 대남 공세의 한 배경이 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식량을 비롯해 각종 경제적 지원을 해왔는데, 경제 사정이 좀 나아지자 북한 당국이 이를 믿고 대남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딕 난토 박사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왔다며, 북한의 나아진 경제 사정이 북한에 대남 공세에 나선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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