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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8월 무역적자 기록


일본이 지난8월 대외무역에서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출대국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인데요,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석유 값이 크게 뛴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일본이 8월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3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주 발표한 수치인데요, 지난1월에도 무역적자가 발생했지만, 보통 1월은 설날 연휴의 영향으로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에 그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그만큼 안 좋아졌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인데요, 지난 1월을 제외하면 일본이 월별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1982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 당시에는 2차 석유위기의 여파로 유가가 크게 올랐고 일본 엔화도 약세를 보여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컸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무역마찰이 심했던 터라 무역적자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MC: 일본이 8월 들어서 갑자기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이번에도 석유 값이 크게 뛴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일본은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요, 8월 석유 수입량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크게 늘어난데다 가격마저 오르면서 석유 수입으로 나간 돈이 급증했습니다. 석유 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 같은 자원과 옥수수를 비롯한 수입곡물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에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크게 줄었는데요, 특히 주력시장인 미국의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미국 수출이 줄었습니다. 월별 감소폭으로는 사상 최대치입니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8월까지 6개월 연속 지난 해 같은 기간의 수준을 밑돌고 있습니다.

MC: 미국이 금융불안 때문에 경제가 안 좋은데, 그 영향이 결국 일본에까지 나타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부실 주택금융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데요, 그 영향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보니까 생겨난 현상인데요,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이제는 실제로 상품을 사고파는 현장에서도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일본경제는 경기침체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MC: 구체적으로 어떤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이 줄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일본의 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3.5% 줄었는데요,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실업률도 2년만에 최고치인 4.2%로 올랐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일본 소비자들이 호주머니를 열지 않고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데요, 일본 가정의 8월 지출 규모는 지난 2006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울상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어제 (1일) 발표한 단기 경제예측 보고서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났는데요, 일본 기업들이 아주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C: 일본의 경제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가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지 않아도 일본 정부는 지난 달 1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지출을 늘려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빌려주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서 아소 다로 총리는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한데,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부정적인 견해가 많습니다. 이미 심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경제가 이런 엄청난 규모의 정부지출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아소 총리의 전임자들이 정부지출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떠올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지난 90년대 오랜 경제불황을 겪었던 일본 기업들이 그 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데,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정부의 세제 혜택만 믿고 투자를 늘리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소 총리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야당의 반대를 극복하고 경기부양책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 혼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고, 미국경제가 빨리 회복해야 일본경제에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일본 경제 소식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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