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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북한 권력승계 언론보도, 신빙성 낮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건강 이상설 속에 공개 석상에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앞다퉈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폴 쳄벌린 씨는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들은 신빙성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 이상설 속에 40일 넘게 종적을 감추자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북한의 후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다양한 관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은 24일 북한의 후계체제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매제인 장성택이나 군부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NPR은 중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그의 매제인 장성택이나 군부 장성들이 권력을 잡을 공산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ABC 방송'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14일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며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공산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도 북한 정권 내 후계 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 언론 역시 북한 후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는 24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북한의 변동은 이미 시작됐다'며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병상 통치'를 하거나 후계 문제를 놓고 권력투쟁이 벌어질 공산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중앙일보'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말을 빌어 "김정일이 사망하면 장남인 김정남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존 챔벌린 씨는 북한 후계체제에 대한 언론들의 잇따른 보도에 대해 "신빙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연구원인 챔벌린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아들을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권력을 이양했다는 아무런 조짐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챔벌린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아무런 조짐이 없는데도 언론이 무슨 근거로 후계 문제를 보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30년 이상 관찰해온 챔벌린 씨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아들인 김정일 위원장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해 20년 이상 준비 작업을 해왔습니다. 김정일은 지난 1961년 노동당에 입당한 이래 당 비서와 정치국 위원, 인민군 최고 사령관 등 요직을 차례로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세 아들은 나이가 어릴 뿐 아니라 후계자가 되기 위해 당 요직을 맡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챔벌린 씨는 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더라도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지도부는 미국과 일본, 남한 등 외부세력이 자신들을 침략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더라도 그는 내부적으로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외부에 호전적 입장을 견지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챔벌린 씨는 김정일의 뒤를 이어 등장할 새로운 지도자가 민주적일 뿐 아니라 개혁,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챔벌린 씨는 북한 체제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견고하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은 흔히 북한이 경제난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도하지만 당,정,군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통치기구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챔벌린 씨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통치체계는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북한체제의 결속력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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