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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태권도 연맹(ITF)는 북한 통일전선부의 전위대”


캐나다로 망명해 친북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던 고 최홍희 국제태권도 연맹, 즉 ITF 전 총재의 아들로, 한국의 전두환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최중화씨가 한국을 떠난 지 34년만에 오늘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에 전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최 씨는 이날 입국 기자회견에서 ITF가 사실상 북한 통일전선부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친북 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제태권도 연맹 즉 ITF의 창시자 최홍희씨의 아들 최중화씨가 8일 한국을 떠난 지 34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최 씨는 이날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ITF의 주도권을 잡은 뒤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사범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공작원을 키워 해외로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태권도 연맹 사범으로 오는 사람들은 어디 가는지 찾을 수도 없고 태권도를 안 가르친다, 그렇지만 우리는 뻔히 안다, 이 사람들이 여기서 무슨 행동을 하는 지, 국제 태권도 연맹과 관계를 끊고 다 추방시키겠다, 이런 것을 그 나라 주재사람들이 보고해 왔을 때 순수히 태권도를 가르치러 온 사람들이 아니고 다른 이상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더라"

ITF는 최 씨의 아버지 최홍희씨가 세운 국제적인 태권도 기구 입니다. 최홍희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에 가담한 군 장성 출신 인사였습니다. 제6군단장을 끝으로 예편한 뒤 제3대 대한 태권도 협회장을 지냈고 1966년 ITF를 창설했습니다. 하지만 1972년 박정희 정부와의 불화 속에 캐나다로 망명한 뒤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하면서 한국 주도의 세계 태권도 연맹 WTF와 국제 태권도계를 양분해왔습니다. 최 씨는 아버지를 따라 지난 1974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ITF는 2002년 최홍희씨 사망 후 현재 북한의 장 웅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이 총재로 있는 조직과 최중화씨가 따로 만든 조직, 베트남계 캐나다인인 트란 콴이 만든 조직 등으로 분열돼 있습니다.

최 씨에 따르면 북한측이 1980년대 초 사범교육을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도권을 잃기 시작했고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하면서 북한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장 웅 위원이 불법적으로 총재직에 선출됐다고 주장하며 별도의 ITF 조직을 만든 뒤 2003년부터 총재직을 맡아왔습니다.

최 씨는 이와 함께 지난 1981년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암살 모의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는 "당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캐나다에서 상세히 보도됐다"며 "20대 나이에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한 순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학생들이 당하는 것을 봤을 땐 아픔을 안 느끼면 인간이 아니었겠죠, 저도 그것을 보고 저지시키고 싶었고 울분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건 옛날 일이고 또 정치와는 관계 없는 이북에서 만들어 낸 사건에 제가 본의 아니게 관여는 됐었습니다"

최 씨는 당시 북한으로부터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통역 일도 도왔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씨는 지난 6월 주 캐나다 한국 대사관을 통해 전향의사를 밝힌 뒤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입장을 전해 온 끝에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 씨에 대해 친북활동 혐의 등으로 수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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