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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싱가포르 6자 외교장관 회담 회의적 평가

  • 최원기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비핵화 2단계를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정작 북 핵 검증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싱가포르 미-북 회동을 보는 워싱턴 시각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23일 싱가포르에서 다른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과 함께80분 간에 걸쳐 북한 핵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날 라이스 장관과 박 외무상은 두 차례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별도의 일 대 일 회동은 없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6자 외교장관 회동에 대해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미국평화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존 박 연구원은 이번 만남이 미국과 북한 간의 고위급 외교접촉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만남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이번 회동은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협력할 경우 앞으로 양국 간에 고위급 정치적 회동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좋은 만남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이번 싱가포르 회담이 아무런 구체적 결과를 내놓지 못한 외교적 회동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예상대로 이번 싱가포르 회동은 아무런 구체적 결과가 없는 무미건조한 회담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대체로 스트로브 씨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외무장관이 6자회담 틀 속에서 얼굴을 맞댄 것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렇게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핵화 3단계로 진입하려면 검증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현재 미국과 북한은 검증을 둘러싸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은 물론이고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 문제를 모두 검증한 후 폐기해, 말 그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자는 입장입니다. 미국 백악관의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입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북한의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 문제에 큰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정치, 경제적 보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비핵화 3단계로 진입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북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싱가포르에 온 리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은 지금은 3단계 검증보다 2단계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도 비핵화 3단계 진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로 끝납니다. 그러나 8월과 9월에 각각 열리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두 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식 확정되면 부시 대통령은 급속히 정치적 영향력을 잃어 이른바 '레임덕'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 때문에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을 비롯한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가 8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고비로 장기휴업 상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 스탠포드대학에 몸담고 있는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의 말입니다.

"스트로브 씨는 올해 북한 비핵화 3단계에 대한 논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 검증과 폐기를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들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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