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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파문으로 한-일 관계 급랭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반영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두 나라 정상 간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6자회담 등에서 한-일 두 나라 간 공조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문: 우선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 내용 등을 먼저 전해주시죠.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지난 14일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아서 발표했는데요, 구체적인 서술은 이렇습니다. "한국과의 사이에 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북방 영토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토·영역에 대해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해설서는 교과서 제작의 지침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일본의 교과서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입니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서 강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15일 밤 권철현 주일대사를 '일시 귀국'형태로 사실상 소환했는데요, 이는 일본에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하는 강경 외교조치 입니다. 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도 파장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벌인 일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문: 사실 독도에 대한 일본 측의 영유권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일본 정부가 이렇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의도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독도 영유권'주장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독도를 국제적인 영토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독도 문제를 국제적 이슈화해서 궁극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 영유권 다툼을 하겠다는 게 목적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개발, 국제 여론형성 등에 오랜기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까지 '독도 영유권'문제를 가져가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를 갖고 영유권을 가리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입니다.

문: 일본에선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후쿠다 내각이 들어서고, 한국에선 미·일 관계를 우선시 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 관계가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이번 독도 파문으로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 같은데요, 두 나라 간 정상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한-일 관계 악화로 당장 오는 9월 도쿄에서 예정된 첫 번째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의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한국의 권철현 주일대사는 지난 15일 일본 외무성의 야부나카 사무차관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적극적 협력이 가능할지 우려된다. 9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한국 국민이 얼마나 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담 불참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독도 파문으로 인해서 올 가을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후쿠다 총리의 한국 방문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후쿠다 총리의 외교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일본 정부가 제안해 주도적으로 준비해왔던 것인데요, 만약 이게 불발된다면 후쿠다 총리가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워 온 '외교의 후쿠다'라는 이미지에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한-일 관계가 그 정도로 악화되면 북 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두 나라 간 공조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선 한국 등과의 공조가 필수적인데 '독도 파문'으로 원활한 공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북한과 납치자 문제 재조사 원칙에는 지난 달 합의했지만, 재조사 실행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바로 이런 와중에 납치 문제에 관한 한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했던 한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일본으로선 큰 손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후쿠다 일본 총리의 입지가 더욱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우선 20%대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이후에도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인데요, 아사히신문이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후쿠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4%였습니다. G-8정상회의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G-8정상회의 이후 후쿠다 총리가 지지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정국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독도 파문으로 일본의 대 아시아 외교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후쿠다 총리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독도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가 당장 회복되기 어렵다면 일본 자민당 등 여권 내부에선 외교에 능하다는 후쿠다 총리 보다는 다른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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