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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신고, 미-북 주고받기 어떻게 이뤄졌나?


북한은 당초 예정보다 반 년이나 늦은 오는 26일 핵 신고를 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이 있기까지 미국과 북한 당국이 지난 6개월 간 막전막후에서 어떤 타협과 양보를 했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예정대로 오는 26일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면, 지난 6개월 넘게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던 북한 비핵화 2단계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는 것은 미국과 북한 간의 '주고받기'식 타협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지난 해 연말부터 핵 신고를 둘러싸고 교착상태가 계속되자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만나 한 발씩 양보한 끝에 핵 신고가 이뤄지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핵 신고 내역과 형식을 양보 했습니다. 당초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은 물론 농축 우라늄과 시리아와의 핵 확산 문제를 빠짐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미국은 플루토늄은 공개적으로 신고하고,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 문제는 비공개 양해각서에 각자 입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은 핵 신고에 일단 핵무기는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양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북 싱가로포르 합의는 북한의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 신고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또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과 관련해서도 양보했습니다. 지난 해 베이징에서 채택된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2단계에서 핵 신고를 하고, 미국은 3단계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만 핵 신고를 하라고 한다'고 주장하자, 워싱턴은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핵 신고와 동시에 미국도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의회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조지타운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생각해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스타인버그 교수는 테러지원국 해제는 부시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생각해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북한도 나름대로 양보한 것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핵 문서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초 평양을 방문한 미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에게 1만9천 쪽에 달하는 영변 핵 시설 가동 일지를 넘겨줬습니다. 당초 원자로 가동 일지와 검증은 3단계에서 시작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나름대로 미국에 양보한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 폭파도 북한이 미국에 '선심'을 쓴 부분입니다.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것은 당초 10.3 합의에 없었던 내용입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핵 문제와 관련해 뭔가 가시적인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워싱턴의 희망사항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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