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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린이 노동 강요 심각


내일 (12일)은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정한 `세계 아동노동 근절의 날' (World Day Against Child Labour)입니다. 유엔은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지구촌의 많은 어린이들이 노동현장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노동! 북한도 예외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엔 김영권 기자와 함께 북한 어린이들의 노동 현실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전세계에서 현재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노동에 투입되고 있습니까?

답: 국제노동기구(ILO) 는 지난 해 기준으로 만 5살에서 14살 사이 어린이 1억 6천 5백만 명이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많은 어린이들이 장시간, 매우 힘들고 어려운 노동에 동원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 어떤 나라들에서 이런 심각한 어린이 노동이 자행되고 있나요?

답: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스리랑카, 우간다 등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는데요. 중국도 심각하고, 북한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어린이 노동실태는 어떻습니까?

답:북한 국내법은 16살 이하 어린이의 노동 투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범죄행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07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국내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이 특정 기간 동안 도로 제설작업, 곡식 수확량과 생산량 목표 달성을 위해 농장과 공장에 종종 투입되고 있습니다. 또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소식지에서 북한 내 식량사정 악화로 해마다 농촌의 적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등교를 포기하고 산으로 나물과 약초를 캐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 얘기를 듣고 보니 탈북자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시사회 때 보니까 10살의 주인공 남자 아이가 아버지를 찾으러 탈북하다 체포돼 노동단련대에서 어른도 하기 벅찬 노동에 투입되는 장면을 봤는데요.

답: 네, 저도 그 장면을 봤습니다만 탈북자들은 그런 일들이 북한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석방이 가능한 노동단련대의 모습을 그렸지만 평생을 수용소에서 보내야 하는 북한 관리소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내 어린이들의 현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해 현재 한국에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신동혁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 우리가 인민학교 생활할 때부터 일을 했구요. 6살 때 부터요. 학교 가서 공부 끝나고 오후마다 내내 일하러 나갔거든요. 도로닦기 라든가 아니면 농촌 지원, 탄광에 가서 탄 모으기 등을 하구요. 그 카고 11살 때 부터 고등중학교 올라가서부터는 수업이라는 거 아예 없고 전문적으로 일 하러만 다녔습니다. 공부라는 건 전혀 없고 일하러 만 다니고.”

문: 얘기를 들어보니까 15호 요덕관리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탈북자 강철환 씨가 생각납니다. 강 씨는 완전통제구역이 아닌 혁명화 구역에 있었는데도 상당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는데, 완전통제구역은 더 혹독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 그렇습니다. 북한 관리소 관련 보고서를 여러 권 발표한 데이비드 호크 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정부의 행위는 명백한 국제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크 전 지부장은 죄 없는 어린이들이 연좌제 때문에 관리소에 끌려가거나 아예 관리소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아동권리협약 뿐 아니라 모든 인권 관련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은 국제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이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1990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지금까지 '94년과 2003년 두 차례 이행보고서를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했는데요. 관리소는 물론 앞에서 지적된 여러 국내,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담당연구원은 관리소 내 아동들의 실태는 정치적 억압이 매우 심각한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단 그런 어린이들이 관리소에 갇혀 있다는 자체가 (북한 내) 법적 근거가 없는 거구요. 게다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다는 것이 사실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억압적인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문: 북한의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도 어린이 노동착취와 결부돼 자주 지적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인가요?

답: 아리랑 공연에는 유치원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10만 여 명이 동원되는데요. 연습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서 동원된 학생들은 학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거의 1년 동안 군대조직처럼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여름의 불볕더위나 추운 겨울에도 어린이들이 야외에서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며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연습에 동원된다고 합니다.

문: 안타까운 얘기군요. 이런 내용들이 모두 국내법,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그럼 전문가들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답: 북한 정부가 국제기구의 조사단을 받아들이도록 국제사회가 꾸준히 설득하고, 후속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제아동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북한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일은 유엔의 아동권리 전문가를 초청해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또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도 듣고, 수시로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라고 합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 정부가 일부 국제아동권 관련 회의에 관리들을 참석시킬 만큼 다른 인권 문제에 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이 조사를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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