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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남성 1명, 라오스주재 일본대사관 진입해 일본 망명 요구


라오스주재 한국대사관에 탈북자 12명이 진입했던 지난 달 27일 비슷한 시간에 탈북 남성 한 명이 라오스주재 일본대사관에 진입해 일본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탈북자의 신원을 조사해 일본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인데요, 앞으로 전망과 탈북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등에 대해 도쿄 현지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지난 달 말 라오스주재 일본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가 일본행을 희망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차) 지난 달 27일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엔 여성 11명과 남성 1명 등 탈북자 12명이 진입해 지원을 요청했는데요, 바로 그날 라오스의 일본대사관에도 20대 남성 탈북자가 진입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이 탈북자의 신원 등에 대해 정확히 확인해 주고 있지 않습니다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탈북 남성은 본인이 과거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처의 자녀라고 주장하며 일본행을 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이 탈북자가 실제 일본인 처의 자녀인지를 확인한 뒤 일본으로의 입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인데요, 아직까지 탈북자의 신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탈북자의 일본인 관련성 여부를 조사해 입국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는데요, 일본 정부는 탈북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건가요.

차) 일본 정부는 탈북자가 일본 국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엔 자국인 보호 명목으로 입국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재일조선인 남편을 따라서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처와 그 가족들이 탈북하면, 일본 내 정착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밖의 다른 탈북자는 엄격하게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니까 자국과 관련된 탈북자에 대해선 비교적 적극적으로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북 관계 등을 고려해서 입국 허용에 소극적이란 얘깁니다.

실제 지난 2006년 말 중국 심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탈북자 20여명이 난입했을 때 당시 일본 입국 허가를 받은 9명은 모두 재일조선인의 일본인 처와 그 가족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1981년 유엔의 난민조약에 가입은 했지만 난민 수용에 매우 소극적인데요, 2005년 말까지 난민 신청 3천9백여건 중 난민으로 인정한 사례는 10%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인도적 이유로 난민의 체류를 인정한 것을 포함해도 신청자의 60%는 추방 조치를 당했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탈북자를 비롯해 국제 난민들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그렇다면 현재 일본에 정착한 탈북자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차) 일본에는 최근 수년 간 해마다 10여명의 탈북자가 입국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일본에 정착한 탈북자 수는 1백50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의 일본의 처나 그 자녀들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를 전후해 재일조선인의 북한 귀환사업을 벌였는데요, 당시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은 약 9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에는 재일 조선인의 일본인 처 약 1천8백여 명도 포함돼 있는데요, 현재 이들 중 1백여 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 정착한 탈북자가 1백50여명이라고 했는데요, 그 분들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요.

차)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재일한국인 단체인 민단의 ‘탈북자 지원센터’가 지난 해 65명의 일본 정착 탈북자를 조사한 결과, 63%가 직업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절반 이상이 무국적 상태이기 때문인데요, 실제 무직자들의 국적 현황을 보면 절반을 넘는 52%가 무국적이고, 26%만이 일본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머지는 11%가 조선국적, 7%가 한국국적, 4%가 중국국적인데, 무국적 탈북자들은 일본 정부로 부터 ‘정주자’ 신분을 얻어서 일본에 거주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신분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일본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절반 이상이 직업도 없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타까운데요, 탈북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요.

차) 일본 정부는 5년여 전부터 일본에 입국하기 시작한 탈북자들 중 북송 재일조선인의 일본인 처와 자녀 등에 대해는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그 밖의 탈북자에 대해선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의 공식적 지원이 형편 없기 때문에 재일민단이 한국 정부의 일부 예산지원을 받아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기는 합니다만 충분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차) 재일민단은 현재 ‘탈북자 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예산을 민간 모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데요, 일본에 탈북자가 입국하면 1인당 10만엔, 한국돈으로 1백만원 정도의 정착금을 지급하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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