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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미술계의 악동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 개막


안녕하세요? 여러가지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주최로 열리고 있는 제74회 휘트니 비엔날레 행사에 관해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비자발적인 군 복무기간 연장이란 뜻의 새 영화 ‘Stop-Loss (스톱-로스)’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주연 배우와 감독의 얘기도 들어봅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의 문화계 소식 간추려 드립니다.

-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장 누벨이 건축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아랍문화원, 미국 미네아폴리스의 구스리 극장 등 파격적이고 초현대적인 작품을 설계한 누벨은 오는 6월 미국 워싱톤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메달과 함께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됩니다.

- 살만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각색한 연극이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됐습니다. 인도 태생의 영국 작가인 루슈디는 1988년 ‘악마의 시’를 발표한 뒤 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회교도들의 분노를 사면서 암살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 프랑스 화가 장 앙투완 와토의 작품이 영국에서 1백60년 만에 발견됐습니다. ‘놀라움’이란 제목의 이 유화는 오는 7월 경매에 부쳐질 예정으로, 3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최근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8백년된 불상의 구매자는 일본 도쿄 인근의 불교사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2세기말 일본 조각가 운케이의 작품인 ‘목조대일여래좌상’은 2주전 1천4백만 달러에 팔리면서, 일본 미술품 해외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었습니다.

- 18세기 중반에 제작된 바이올린 명기 구아르네리가 70년 만에 대중 앞에서 연주됐습니다. 지난 달 소더비 경매에서3백90만 달러에 이 바이올린을 구입한 러시아 변호사는 최근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 핑커스 주커맨을 초청해 구아르네리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문화계 단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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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논란 많은 미술 행사의 하나로 꼽히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최근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막됐습니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주로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요. 현대 미술계의 흐름을 선도하는 중요한 전시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휘트니 비엔날레에 나오는 작품은 때때로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관람객들과 비평가들의 분노를 사기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휘트니 비엔날레는 ‘미술계의 악동’, ‘사람들이 싫어하기 좋아하는 전시회’란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다지 도발적인 작품이 많지 않다고 애담 와인버그 휘트니 미술관장은 말합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마치 잠깐 앉아서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작품이 많다고 말하는데요. 한 방에 수백개, 또는 수천개의 크고 작은 물건들이 모여있는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올해 작품들 가운데는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해체 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얼핏 보고 지나갈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주의 깊게 바라보며 감상할 필요가 있다고 와인버그 관장은 말했습니다.

올해 휘트니 비엔날레의 특징은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실 전체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심지어 전시실 전체가 한 작품인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휘트니 비엔날레에서는 유화는 별로 눈에 띄지않는 반면, 여러가지 물건을 모아놓은 대형 설치물이나 전통에서 벗어난 조각 작품, 비디오와 단편 영화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시되고 있는 비디오 작품 가운데 ‘희극의 연금술… 어리석은’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 앤젤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드가 아시노 씨의 작품인데요. 어두운 방안에 들어가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인 데이비드 알랜 그라이어 씨의 공연 장면이 여러 수상기를 통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휘트니 비엔날레에는 모두 81명의 작가가 참가하고 있는데요. 뉴욕 작가들이 많습니다. 참가 작가들 가운데 43명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29명은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휘트니 비엔날레의 또한가지 특징이라면 인근 파크 애비뉴 아모리 건물에서도 일부 작품이 전시됐다는 점인데요. 정식 명칭이 7연대 아모리인 이 건물은 19세기말 뉴욕주 민병대 7연대의 본부로 세워졌으며, 현재 뉴욕주 군사박물관이 들어서 있기도 합니다.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레베카 로버트슨 회장은 휘트니 미술관이 추가 전시장소로 아모리 건물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회장은 아모리 건물을 뉴욕의 또다른 미술 공간으로 발돋움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요. 낡았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모리 건물은 독특한 전시 공간을 원하는 작가들이 한껏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로버트슨 회장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외에도 아모리 건물에서 여러가지 공연과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최근 휘트니 비엔날레 행사의 일환으로24시간 마라톤 무용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 설치된 작품들 가운데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금속 의자가 있는데요. 바지다 브라즈다 씨의 작품인 이 의자는 라디오 안테나를 묘사하는 것입니다. 브라즈다 씨는 여러가지 주변의 소리를 녹음해서 관람객들에게 그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휘트니 비엔날레는 현대 미술의 독창성과 긴박성, 즉흥성, 그리고 강렬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고 애담 와인버그 휘트니 미술관장은 말했는데요.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들 역시 그같은 요소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와인버그 관장은 말했습니다. 지난 3월 6일에 막을 올린 뉴욕의 휘트니 비엔날레는 오는 6월 1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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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Boys Don’t Cry (소년은 울지않는다)’란 영화로 비평가들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새 영화 ‘Stop-Loss (스톱-로스)’가 개봉됐습니다. ‘스톱-로스’는 비자발적인 복무기간의 연장을 의미하는 미군의 군사용어인데요. ‘소년은 울지않는다’가 남자로 살아가길 원하는 한 여성의 비극적 생에 관한 영화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것 처럼 피어스 감독의 새 영화 ‘스톱-로스’ 역시 논란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 힘든 근무기간을 마친 브랜던 킹 병장은 하루 빨리 제대해 민간인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텍사스주의 고향에 돌아온 킹 병장은 제대 명령서를 받으러 군 본부를 방문하는데요. 제대 명령서 대신에 또다시 최전선으로 나가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킹 병장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우기는데요. 하지만 ‘스톱-로스’, 즉 비자발적인 복무기간 연장에 해당됐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킹 병장은 명령에 불복하고 싶은 마음과 명령에 따라 전우들 곁으로 돌아가야할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스톱-로스’의 극본을 쓰고 감독한 킴벌리 피어스 씨는 이 영화는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어떤 문제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그저 한 인간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피어스 감독은 자신은 극적인 걸 좋아한다며, 어떤 인물의 성격을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병사들의 전쟁 경험과 나중에 고향에 돌아온 병사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피어스 감독은 전선에서 함께 싸우는 병사들 사이에 싹트는 우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는데요. 킹 병장 역을 맡은 영화배우 라이언 필립피 씨는 그같은 전우들 간의 우정과 충정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필립피 씨는 배우로서 스스로의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따로 떼어놓고 연기해야 했다며 도전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지금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군인들은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어서라기 보다는 명령을 그대로 수행할 뿐이란 것입니다. 다만 함께 싸우는 전우가 살아남도록 돕고, 또 동료들 역시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믿고 바라며 싸우고 있다는 건데요.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고, 또 언제 자살폭탄 테러범의 공격을 받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우들 간의 우정이야말로 병사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힘인지도 모른다고 필립피 씨는 말했습니다. 형제애와도 같은 이같이 강렬한 전우애야말로 스톱-로스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전쟁터에 다시 돌아가는 이유인 것 같다고 필립피 씨는 말했는데요. 다른 병사들에 대한 일종의 의무감이란 것입니다.

영화 ‘스톱-로스’에는 라이언 필리피 씨 외에도 애비 코니시, 채닝 테이텀, 빅터 레이석, 랍 브라운 씨 등이 출연했구요. 실제로 전쟁터에 나가 싸운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들이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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