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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제네바 회담에 우려 반 기대 반’


미국과 북한이 내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과연 교착상태에 빠진 핵 신고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이번 제네바 회동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당연히 교착상태에 빠진 핵 신고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지난 해 12월 이래 북한의 핵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임기 중 최초로 친서를 보냈고, 힐 차관보는 두 차례 이상 북한 김계관 부상을 만나 핵 신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이달 초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핵 신고 타개방안을 협의했습니다. 미-중 양측은 이 회담에서 모종의 핵 신고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 북한 측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미-북 간에는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싸고 석달째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이번에 김계관 부상과의 회동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북한 핵 문제는 3단계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핵 문제는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소지가 큽니다.

워싱턴의 북한 관측통들은 이번 힐 차관보와 김 부상 간의 회동을 대체로 `우려 반, 기대 반'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경수로 같은 큰 선물을 바라고 있는데, 부시 행정부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씨는 북한은 지금 부시 행정부가 제시하는 작은 선물을 받고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도 이번 제네바 회동은 미-북 양측이 핵 신고 방안을 놓고 협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존 페퍼 국장은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아직 핵 신고와 관련해 크게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핵 신고와 관련해 ‘부분 신고’와 ‘병행 신고’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부분 신고는 북한이 플루토늄은 공개적으로 신고하고 문제가 된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 별도로 비공개 신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일명 ‘상하이 코뮤니케 방식’이라고 불리는 병행 신고는, 미국과 북한이 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각자 따로 밝히는 방식으로 신고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은 중국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병행 신고 방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 주 뉴욕 콜롬비아대학에서의 강연에서 이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힐 차관보는 상하이 코뮤니케는 외교적 성명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하는 데는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부분 신고는 북한이 거부할 공산이 있습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같은 일부 핵 프로그램을 비공개로 신고할 경우 그 내용이 언론에 흘러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핵 신고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13일의 제네바 회담에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핵 신고를 둘러싼 서로의 시각차를 어떻게 조율해 낼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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