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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힐 차관보 발언에 엇갈린 반응


북 핵 6자회담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한이 수입한 알루미늄 관이 우라늄 농축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해 12월, 북한이 미국에 넘긴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북한은 북 핵 문제의 핵심쟁점 중 하나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30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소재한 암허스트대학 강연에서 의혹의 진상을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제공한 알루미늄 관을 미국에 가져와서 검토한 결과 우라늄 농축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힐 차관보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진보센터’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조셉 시린치오니 (Joseph Cirincione) 수석 부소장은 지난 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에 제공한 알루미늄 관에 대한 조사 결과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부소장은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협상에서 안정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양측의 신뢰가 쌓이고 북한에 대한 압력과 유인책이 계속 적용되면서 올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내역 (history)이 밝혀질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북동부 뉴햄프셔 주에 소재한 다트머스대학 (Dartmouth College)의 데이비드 강 (David Kang)교수는 북한의 알루미늄 관이 우라늄 농축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힐 차관보의 발언은 의미 있는 언급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미국의 많은 우려사항들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증거를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워싱턴 소재 민간연구기관인 ‘대서양위원회’ (The Atlantic Council)의 조셉 스나이더 (Joseph Snyder) 아시아 담당 국장은, 힐 차관보는 문제의 알루미늄 관은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과 관련해 갖고 있는 우려사항들의 전부가 아니라고 오랫동안 말해 왔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힐 차관보가 강연 중에 “‘북한은 농축 우라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우리는 계속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힐 차관보는 북한이 보다 입에 맞게 (palatable) 핵 신고를 하도록 사실적인 정보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지난 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돼 있었으나 마감시한을 넘긴 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암허스트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신고하게 될 플루토늄 총 생산량은 30~40 킬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힐 차관보가 지난해 제시했던 50 킬로그램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주목됩니다.

워싱턴의 보수성향 민간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 (The Heritage Foundation)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은 30~40 킬로그램은 “북한이 신고할 준비가 돼 있어 보이는 총량”이라며, 미국이 추정치를 하향조정했을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미국에 불완전한 핵 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플루토늄 생산량 30 킬로그램이 포함됐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진보센터’의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미국의 추정치는 여러 가지 추측들에 근거하기 때문에 일정 범위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북한이 3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신고했다면 미국의 추정범위 내에서 낮은 축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확한 생산량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이어 미국 정보기관들은 과거에 북한이 매년 2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라는 평가를 발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오니 부소장은 이같은 평가는 이라크와 이란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준 똑같은 정치적 압력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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