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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2008년은 대북 관계 개선의 해’


일본 정부는 새해 외교정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였다고 하는데요, 일본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엠시) 우선 지난주 후쿠다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 목적 중 하나가 대북한 외교 정지작업이었다고요.

=그렇습니다. 후쿠다 총리가 지난달 2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 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일본 두 나라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후쿠다 총리는 중국 측에 대북 수교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면서 협력을 요청했고요,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공통된 보도입니다.

또 후쿠다 총리는 중국 관리들을 통해서 여러 경로로 북한 사정을 탐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일본 언론들은 후쿠다 총리가 방중 외교에서 대북 대화의 모멘텀을 찾고자 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하기 직전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가능한 한 자신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에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수교 문제를 타결짓고 싶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방중 때 중국 측과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한 것은 그같은 대북 관계개선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엠시) 후쿠다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북한 사정에 밝은 외교 참모들이 수행을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었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방중길에 후쿠다 총리는 북한 사정에 밝은 외교 참모들을 다수 대동했는데요, 이들 가운데는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심의관이 가장 눈에 띕니다. 야부나카 심의관은 지난 2004년 말까지 6자회담 일본측 수석대표를 맡았고요, 그해 12월엔 북한이 일본 측에 건네준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을 일본으로 운반한 장본인으로 북한측 인사들과도 안면이 많습니다.

특히 후쿠다 총리는 야부나카 심의관을 조만간 외무성 사무차관으로 승진시킬 예정이고, 그 후임 외무심의관에도 현재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사에 국장을 기용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소위 ‘북한통’ 등을 외무성의 핵심 포스트에 기용하는 것은 일본이 올해를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납치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해 대북 관계 개선의 중요한 시기로 보고 외교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엠시) 후쿠다 총리가 이렇게 대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배경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북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일본의 역할이 갈수록 소외되고 있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전임 아베 신조 총리는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해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 문제를 쟁점화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문제가 6자회담의 틀에서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특히 미국이 대북 유화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일본은 6자회담 내에서 조차 설 자리를 잃는 형국이 됐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이 일본의 외교력 전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후쿠다 총리의 문제 인식입니다.

따라서 후쿠다 총리는 북한 문제를 포함해서 일본 외교 전반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주변국과 대화와 공조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한일 관계를 복구하기 위해서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 때 후쿠다 총리가 직접 참석할 것을 검토하고 있고, 앞으로 역사 문제에서도 주변국과 가능한 마찰을 피한다는 전략도 그런 매락으로 이해됩니다.

엠시)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 이행키로 약속했던 핵 신고 등 비핵화 2단계 조치를 미룬 데 대해선 일본 측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북한의 완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북한이 약속한 2단계 이행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단은 이와 관련된 주변정세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조치 이행을 위해 계속적인 압박을 취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엠시) 일본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연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켜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명박 당선자가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가 전제”라고 강조하는 등 햇볕정책의 수정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유화노선으로 선회했던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미묘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정권교체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 등 주변정세의 변화는 일본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일본과 북한의 양자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지연은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에 필요한 관계국 간 조율의 시간을 버는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일본으로선 한국에서의 보수정권 등장을 앞두고 한.미.일 3국 간 대북 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보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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