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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친서, 북핵 해결 급반전 호기' - 전문가


한국 정부 안팎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자못 기대에 찬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중대 고비를 맞았던 북 핵 문제가 급반전의 계기를 맞았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 안팎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 핵 해결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적지 않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부터 사흘 간 이뤄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별 성과가 없었던 것처럼 전해지면서 한때 교착상태를 우려했던 한국 내 어두웠던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우선 부시 대통령의 이번 친서가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관계 개선 조치도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자필 서명을 담은 친서를 전달한 방식과 한때 ‘악의 축’이라며 극단적으로 폄하했던 김 위원장에게 친서에 친애하는 김 위원장, 영어로는 Dear, Chairman이라는 존칭을 사용한 점 등을 들어 김 위원장을 협상파트너로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친서의 내용으로 북 핵 프로그램의 충분하고도 완전한 신고를 요구한 것 이외에 소상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친서 전달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점 또한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한국 정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외교당국자들은 북한이 친서 전달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데 대해 미국 대통령이 친서에서 부탁한 내용을 수용하는 한편, 가급적 친서의 내용에 부합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문서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해 온 점에 비춰 이번 친서전달은 북한에게 이에 준하는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hyun1): 충분친 않지만 적대시정책을 앞으로 중지라고 할까 취소하는 출발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그 의미를 결코 낮게 평가하진 않을 겁니다.

외교소식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친서를 통해 북한과 과감한 협상을 할 용의가 있으며 한국전쟁 종전과 테러지원국 해제를 포함해 미-북 관계 개선에 진정한 용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비핵화를 향한 북한 최고수뇌부의 적극적인 결단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오늘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동 협력포럼 개회식이 끝난 뒤 “친서가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미국측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대부분 외교전문가들은 이번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로 이제 공은 북한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내 북 핵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에 포함돼야 할 핵심사안으로 여기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해 친서 전달 이후 북한의 반응과 속내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물질적 보상을 원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숨길 것이다, 너무 저급한 수준이어서 공개 자체를 꺼릴 것이다 라는 해석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친서 전달로 북한이 어떤 형식으로든 성의있는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북한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보다 거센 국제적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숩니다.

김용현 교수: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친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시 대통령이 나중에 공격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 핵 문제 타결단계에서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실패를 맛보았던 경험이 북한에게 학습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정 전 통일부장관: 미국이 관계를 잘 개선해서외교적 성과를 거두려는 상황에서 너무 욕심을 부려 기회를 영원히 놓친 쓰라린 과거의 경험, 실패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판단이 북한에 이미 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북한이 친서 전달을 계기로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한반도 정세가 북핵 타결을 향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 6일에서 8일 사이 열릴 예정이었던 비공식 6자 수석대표 회담에 대한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나아가 6자 수석대표 회담에 이어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국전쟁 종전선언 논의와 남북한, 미국, 중국 등 고위급 4자포럼을 가동하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5일 “북한 핵 불능화와 신고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난 뒤 핵 폐기 단계의 적당한 시점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 정상들의 회동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미국측과 교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지에 대해 의심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이행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인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이 친서만으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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