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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국방장관 회담 전망


10.4 남북 정상선언 이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남북한 국방장관 회담이 내일부터 사흘 간 평양에서 열립니다. 영토분쟁의 빌미가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문제는 물론 남북이 합의한 각종 경제협력 사업의 군사적 보장 조치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직결되는 현안들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번 회담의 전망을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앵커: 이번 회담은 국방장관 회담으로는 지난 2000년 이후 7년만에 두 번째로 열리는 건데요. 먼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이번 회담은 지난 달 채택된 10.4 남북정상선언의 실질적 이행에 최대 걸림돌인 군사안보분야의 회담입니다. 남북한 간 평화 공존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교류를 위한 군사안보적 틀을 만들어내는 초유의 회담으로서 그 의미가 있겠는데요. 회담의제를 크게 나눠보면 군사 분야와 경협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협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이를 평화수역화 하는 방안입니다.

아시다시피 서해북방한계선 즉 NLL은 영토경계선 인정 여부를 놓고 남북이 대치하면서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등 두번이나 교전을 치른 ‘화약고’와 같은 곳인데요.

남측은 이곳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지상에서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완충지대 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공동어로구역은 남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의 핵심사항이기도 합니다. 공동어로구역에서의 군함출입금지와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로 이용 등이 바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의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영토 문제가 걸린 사안인만큼 남북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되는데요. 남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네, 기류는 남측이 보다 미묘하다고 하겠습니다. 남측의 여론이 북측과는 달리 한결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측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여러차례 NLL 인정이 공동어로수역 설정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해왔는데요.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통일이 안된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김장관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오늘 오전 고위간부모임에서 “정부 관련 부처까지 내부 조율이 잘 됐고 회담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북측은 그동안 NLL을 부정하는 입장이었는데요, 이번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것 같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도 NLL 재설정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낼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측도 군사적 신뢰구축이 선결돼야 한다는 그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또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인데요.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 금방 결론이 도출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측에선 모종의 돌파구를 만들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일각에서는 남한정부가 NLL을 중심으로 한 등거리.등면적 원칙에서 한발 양보해 등거리 원칙은 포기하고 등면적 원칙을 적용하자고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담에 남측 대표로 참석하는 문성묵 국방부 정책팀장이 “어로수역이 등면적이냐 아니냐는 단선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 지형적인 특성과 안보적 측면, 어족자원 분포, 어민들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남측의 보다 유연한 입장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다른 경협사업과 관련해서도 군사보장 조치들이 논의될 예정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의선, 동해선 개통과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 등 대다수 경협사업들이 군사보장조치를 필요로 합니다. 남한측은 경협 촉진을 위해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군사적 보장을 선호하는 반면 북측은 사안별 또는 한시적 군사보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앵커: 어렵게 열리게 된 국방장관 회담인만큼 순수 군사 분야 의제도 논의하게 되겠죠? 어떤 것들이 논의될 전망입니까?

기자: 네 남측에선 남북기본합의서가 담고 있는 8개항의 군사적 신뢰조치 이행을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남측에선 북측이 NLL 재설정 카드를 꺼냈을 때 이 의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8개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무력 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 운영 ▲대규모 부대이동 군사연습 통보와 통제 ▲군 인사교류와 정보 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과 검증 등입니다. 이와 함께 남북국방장관 회담의 정례화도 거론할 예정이라고 국방부측이 밝혔습니다.

반면 북측은 재래식 무기의 군축문제, 주한미군철수, 한미군사훈련 중단 ,국가 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군포로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빠지는 건가요?

기자: 거론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남측이 강한 의지를 보여온 때문인데요, 수석대표인 김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이 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북측에 주문했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 문제를 국방장관 회담에서 제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온 북측이 이번엔 다른 반응을 보일지 미지숩니다.

앵커: 이번 회담의 양측 대표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회담 전망을 가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양측의 회담 대표단은 각각 5명으로 짜여졌는데요, 남측에선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관료가 한명씩 끼지만 북측은 순수 군 인사들로만 구성됐다는 차이점이 눈에 띕니다. 복합적인 사안에 대해 남측은 관계부처 관료들이 동참한 반면 북측은 군의 영향력을 최우선하는 선군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면면을 보면 남측대표단은 수석대표인 김장수 국방장관을 비롯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군사실무회담에서 각각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정승조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 그리고 통일부 박찬봉 상근회담대표, 외교통상부 조병제 북미국장 등입니다.

북측은 단장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김영철 중장, 허찬호 소장, 리인수 소장, 박림수 대좌 등 5명입니다.

남측 김장관은 합참작전부장과 작전본부장,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작전통이고, 북측 김부장 또한 해군사령관을 17년간이나 역임한 전략가로 알려져 두 수석대표간 머리싸움도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한편 회담 장소로 정해진 평양의 송정각 초대소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들이 나온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송정각 초대소는 최고급 군 휴양시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한 ‘1호시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대동강변에 울창한 숲으로 가려진 시설로 김정일 위원장이 베푸는 군고위간부 만찬이나 중국,러시아 등 북한 우방국의 고위급 군사대표단 만찬 등을 가졌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남측 문팀장은 “남쪽에는 아직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곳으로 경관이 수려하다고 들었다”며 “북측이 회담에 성의를 갖고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론 남측이 회담 진행을 수시로 서울로 보고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도 북측이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측 대표단은 내일 오전 민항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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