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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류층 중심으로 영어 배우기 열풍


북한에서 평양의 상류층을 중심으로 영어 배우기 열풍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도 이런 추세를 지원하기 위해 교원들에 대한 영어 재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교육당국이 최근 캐나다의 한인 기독교인들과 손잡고 영어와 컴퓨터 교원 강습소를 건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양의 한 영어학원에서 학생들이 매우 진지하게 강사의 말을 경청하며 영어로 질문에 대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올들어 ‘경제회복’, ‘ 강성대국’을 부쩍 강조하면서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불기 시작한 평양의 영어 배우기 열풍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영어 교원들의 회화 실력 향상을 목표로 올 초 캐나다 토론토 내 한인 기독교인들과 영어.컴퓨터 강습소 개설에 합의했으며,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어.컴퓨터 강습소 지원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는 토론토 큰빛교회의 백광호 부목사는 2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봄에 5층 크기의 영어.컴퓨터 강습소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봄에 완공 목표로 지금 기초공사를 하고 있구요. 하드웨어는 아직 안됐고 소프트웨어는 테스트 중인데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요.”

북한 교육당국과 큰빛교회는 당초 이 교원강습소를 통해 매년 5백명을 교육하기로 합의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2백50~3백 명 정도를 훈련시키기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목사는 북한 당국이 외부에 대규모 학습시설을 의뢰한 것은 평양과학기술대학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 과기대 다음으로는 외부에 처음이라고 그래요. 교원들 재교육 하는 시스템인데요. 이번 결과를 봐서 이 사업이 어쩌면 커질 것 같아요.”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25일 교원강습소 소식을 전하며, 큰빛교회와 캐나다조선인경제인련합회를 비롯한 현지 한인들이 3차례에 걸쳐 8만 달러를 희사했다고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토론토 큰빛교회 관계자들은 이 계획에 따라 지난 수 주 동안 평양에 들어가 교원 50여명을 상대로 영어 시범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시범단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제임스 노 목사는 북한 당국이 결과에 매우 만족해 했다고 말합니다.

“ 영어 시청각 교육 중심으로 했는데 그쪽에서는 너무 반응이 좋아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그 쪽에 계신분들이 영어는 공부를 많이하셨더라구요. 실력도 좋으시구. 그런데 아무래도 회화적으로는 다이얼로그, 컨버세이션하는 것은 아무래도 거기가 고립돼 있으니까 부족한 것도 있겠구..그래서 이번에 시청각 교육을 하니까 반응들이 굉장이 좋았구,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요”

노 목사는 시범교육에 참석한 북한 교원들이 50명 가량 됐다며, 배우는 자세가 모두 진지했다고 말했습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했습니다. 그 쪽에서도 그걸 원했어요. 다들 좋아하시죠. 다들 자세가 모두 배우려고 하고 또 그런 것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영어로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없잖아요 평양에서는요. 그런 면에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북한 정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외국어 교사를 해외에서 초빙해 평양외국어대학과 김일성 종합대, 그리고 일부 특수교육 과정에 집중배치하는 등 영어 교육을 특히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부터 북한에 영어강사를 무료로 파견하고 있는 영국 정부 산하 영국문화원은 올해도 주임강사를 포함, 북한에 주재할 3명의 영어 강사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 간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를 지낸 폴 베이어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담당 고문은 평양의 외국어 공부 바람은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베이어 전 대사는 과거 북한의 엘리트들은 대학 졸업 후 당 기관으로 진출하는 것이 최대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기업 일군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어 전 대사는 특히 2005년까지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영어강사를 지낸 영국계 부인이 당시 학생들에게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자주 질문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 일군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토론토 큰빛교회의 제임스 오 부목사는 북한 관계자들이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국제화 시대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영향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이제는 영어를 다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지요.”

북한에 이렇게 영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 반경은 평양에 거주하는 상류층들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변화와 앞으로 남북교류 확대에 따른 고수익을 계산하며 발빠르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 밖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 주민들은 그런 교육의 특혜를 누리지 못한 채 먹고 사는 문제로 하루 하루를 어렵게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 이젠 영어 열풍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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