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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워싱턴의 정치 풍자 공연단 ‘캐피톨 스탭스’


안녕하세요?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향기’, 부지영입니다. 오늘은 ‘캐피톨 스텝스 (Capitol Steps) 란 워싱톤의 정치풍자 공연단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해는 캐피톨 스텝스가 탄생한 지 25주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지난 1981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상원의원 보좌관 세 명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찰스 퍼시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던 일레이나 뉴포트, 빌 스트라우스, 짐 에이달러, 이 세 사람은 원래 연말 망년회에서 장기자랑으로 예수탄생에 관한 연극을 하려고 했다는데요. 동방박사 세 사람, 그러니까 현명한 사람 세 사람과 동정녀 마리아 역을 맡을 만큼 순수한 여성을 도저히 의회 내에서 찾을 길이 없어 연극을 포기할 뻔 했다고 일레이나 뉴포트 씨는 말합니다.

그러다가 해고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정치인들, 바로 상관인 미국 상원의원들을 풍자한 촌극을 공연했는데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입니다. 해고당하지 않은 건 물론이구요. 오히려 계속하라는 격려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힘 입어 세 사람은 의원 보좌관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촌극 공연을 계속했습니다.

캐피톨 스텝스 창립자이자 현재 제작자인 일레이나 뉴포트 씨는 상원 보좌관 일과 공연을 6년 동안 병행했지만 지방 공연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두 가지 일을 함께 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본업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캐피톨 스텝스 일에 매달리게 됐다는 겁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1981년 첫 공연 이후 쉴 새 없이 공연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 해7월에 나온 ‘I’m So Indicted (기소당했어요)’ 란 제목의 앨범을 비롯해 지금까지 26개 앨범을 발표했구요. 미국의 인기 아침방송 프로그램인 ‘굿 모닝 어메리카’와 ‘투데이쇼’에서부터 ‘나이트라인’,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에 이르기까지 많은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1년에 네차례 씩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서 특별 쇼를 방송하기도 합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출연배우는 모두 미 의회 보좌관 출신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15년 동안 지켜 왔습니다. 캐피톨 스텝스 공연에 참가한 보좌관들 중에는 민주당원도 있고 공화당원도 있었고 무소속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이 미국에서 번갈아 집권했지만 한가지 만은 분명했습니다. 소재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정권을 잡은 쪽이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말이죠.

캐피톨 스텝스 단원들의 출신 배경을 보면 모두 열여덟명의 의원 아래서 일을 했습니다. 이들이 보좌관으로 일한 햇수를 다 합치면 62년에 이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의원 보좌관 출신을 고집하던 캐피톨 스텝스도 나중에는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공연은 늘어나는데 의원 보좌관들 중에서만 단원을 뽑다보니 역부족이었던 거죠. 일레이나 뉴포트 씨는 모두 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뉴포트 씨는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이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키면서 캐피톨 스텝스가 무척 바빠졌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얘깃거리가 많았다는 거죠. 따라서 단원을 채용할 때 일반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었고, 현재는 의원 보좌관 출신과 일반인 출신이 반반이라고 뉴포트 씨는 말했습니다.

현재 캐피톨 스텝스 단원 수는 거의 30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매일 이들이 모두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한 회 공연에 다섯 명 정도가 출연하는데요. 조지 부시 대통령 역할을 한 배우가 금방 무대 뒤에서 가발을 바꾸고 수염을 붙이고 나와 오사마 빈 라덴이 되곤 합니다. 이처럼 한 쇼에 출연하는 배우가 한정돼 있는 이유는 워싱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늘 공연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쇼 내용이 정치, 사회풍자이기 때문에 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더욱 재미있게 쇼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매 주말 워싱톤에서 공연을 갖는 외에도 전국 순회공연도 돌고 있고 학교 강당이라든지 공공회관에서도 공연을 갖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경우도 있구요. 또한 여러가지 자선사업 목적으로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캐피톨 스텝스의 공연은 늘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이 공연 중에 부르는 노래는 유명 팝송이나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 가사를 개사한 것인데요. 노래 가사나 대사는 모두 캐피톨 스텝스 단원들이 직접 쓴 것입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쇼를 홍보할 때 모든 곡을 직접 쓴다고 선전하기 때문에 그것 만은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관객이나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써서 보내도 사양한다는 거죠. 정치적으로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 마다 거기에 맞춰 새로운 노래와 쇼를 만들어 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은 늘 미국과 세계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있는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도 캐피톨 스텝스 공연에 자주 등장하는 화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Stand by Japan’ (일본 편을 듭시다)’ 라는 제목의 이 촌극에는 Tammy Wynnett이 1968년에 발표해 힛트시킨 노래 ‘Stand by Your Man’를 개사한 노래가 나오는데요.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야마사키 로바토라는 가상의 일본 총리가 논의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를 의논하는데요. 일본 총리는 북한에 제재를 취하자고 말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 음식인 스시는 별로지만 존 벨루시가 코메디쇼에서 일본 무사 역할을 하는 걸 즐겨봤다며 일본 편에 서겠다고 말합니다. 감격한 일본 총리가 어떻게든 미국에 보답하겠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제발 이란을 침공해 달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그 때 그 때 정치, 사회적 문제나 정치인들이 풍자대상이니 만큼 북한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25년 이상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들은 물론, 장관, 대통령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을 조롱하고 풍자해 왔지만 당사자로부터 불만의 말이나 위협을 받는 적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뉴포트 씨는 오히려 왜 내 얘기를 풍자한 노래는 없냐는 불평이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뉴포트 씨는 뉴욕주 출신의 알폰세 드마토 상원의원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요. 캐피톨 스텝스 측은 드마토 의원이 아무런 물의도 일으키지 않고 모범적으로 의정생활을 해서 그렇다며 제발 스캔들 좀 일으켜 달라고 답했답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를 비롯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 지난해 타계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등 다섯 명의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백악관에서 공연할 때 마다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아서 배우들이 무척 긴장했지만 대통령들은 모두 유쾌하게 웃으며 받아 넘겼다고 합니다.

이 촌극에서는 부시 대통령으로 분한 배우가 오랜 친구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을 해임해야 하는 아픔을 노래합니다.

뉴포트 씨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을 풍자한 노래나 촌극을 매우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쇼가 가능한 것은 미국의 위대함 가운데 하나란 것입니다.

현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매주 토요일밤에 방송되는 인기 코메디쇼 ‘Saturday Night Live(생방송 토요일밤)’쇼에 출연해 자신을 풍자하곤 했던 데이나 카비 (Dana Carvy) 를 매우 좋아해 백악관에 초청하곤 했다고 뉴포트 씨는 말했습니다.

캐피톨 스텝스 출신 중에 지금까지 정치에 뛰어든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뉴포트 씨는 캐피톨 스텝스 단원이 공직에 출마한다면 상대방 후보 측에서 캐피톨 스텝스가 그동안 부른 노래를 흑색 선전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톨 스텝스는 워싱톤 디씨 펜실베니아 아베뉴 선상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건물에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공연을 하는데요. 워싱톤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한번쯤 공연을 관람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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