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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대통령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지난 13일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7일에는 부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가운데 한 명인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사임을 전격 발표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이른바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알베르토 곤잘레스 미 법무장관은 지난 27일 사임 의사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곤잘레스 장관은 하루 전에 부시 대통령을 만나 오는 9월17일 부로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곤잘레스 장관은 갑자기 물러나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미국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사태와 미 의회에서의 위증 혐의에 따른 지난 몇 달 간의 사퇴 압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곤잘레스 장관의 사임 의사를 마지못해 받아 들였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곤잘레스 장관처럼 능력있고 훌륭한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비난을 받아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곤잘레스 법무장관의 퇴진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 결정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이달 말 물러나기로 한 것과 맞물려,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현상, 즉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백악관은 이같은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시 대통령 측근들의 이탈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올해 1월 초에는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자격 논란 끝에 스스로 지명을 철회하는 수모를 당했던 해리어트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이 사임 의사를 발표했고, 5월 초에는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이 물러났습니다. 5월 말에는 세라 테일러 백악관 정치국장이 그만뒀고, 6월 초에는 댄 버틀릿 백악관 홍보담당 고문이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 달에는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했던 로버트 포트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사임했고, 지난 17일에는 토니 스노 대변인이 백악관을 떠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곤잘레스 장관의 퇴진은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앞으로 부시 대통령이 정책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는 수단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 등 주요 국정현안을 놓고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백악관 탈환을 위한 보다 강도높은 압박작전을 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주요 공격표적이었던 로브 차장과 곤잘레스 장관이 물러남으로써 백악관과 의회 간의 정치적 긴장이 완화돼 부시 대통령이 보다 홀가분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측근들의 잇따른 이탈로 더욱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기용해 임기말 국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북 핵 문제 논의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비판하며 직접 대화를 거부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로 판단했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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