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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협상 실패’ ‘시한 재연장’ 난항 여전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억류사태가 30일로 12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측은 이날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실패를 선언하며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재차 위협하다, 다시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등 현지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탈레반 측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여성 인질들의 목소리를 잇따라 공개하는 등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시간 30일 오후 4시30분. 탈레반이 마지막 협상시한으로 정한 시간이 지난 이후 탈레반의 한 사령관은 협상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탈레반은 인질들을 살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아프가니스탄 현지 언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가 보도했습니다.

이후 두어시간 뒤, 탈레반 측은 협상시한을 다시 이 날 오후 8시30분으로 연장하겠다고 `AP 통신'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국인 피랍 12일째, 탈레반 측은 여전히 외신을 통한 한국인 인질 살해 위협과 협상 시한 재연장 등을 거듭 반복하며 자신들의 동료를 석방해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한국인 인질 가운데 여성을 우선 석방하는 조건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지만 탈레반 측은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29일 A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여성, 남성을 가리지 않고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앞서 노무현 한국 대통령의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29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만나 탈레반 측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 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현재까지 '석방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중앙일보'는 납치된 여성 인질 중 이지영 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인질들은 현재 민가에 머물고 있으며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신변에 위협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그러나 한국 정부에 무엇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조속한 석방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이지영: 일단 너무 죄송하고, 빨리 저희가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보다 앞서 29일에는 일본의 'NHK 방송'을 통해 여성 인질 심성민, 김지나 씨의 전화통화 내용이, 또 `로이터통신'에서는 28일 유정화 씨의 육성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26일 미국의 'CBS 방송'을 통해 임현주 씨의 육성이 처음 공개된 데 이어 이처럼 국내외 언론에 인질들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잇따라 공개된 것은 탈레반 측의 고도의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측은 이런 점을 들어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재차 당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날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아프간에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안보실장이 예정보다 2, 3일 더 현지에서 머물며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천호선 대변인은 또 한국 정부가 현지에서 1차로 마련한 의약품 등을 가즈니 주 정부 측에서 탈레반에 전하려고 출발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전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인질들의 안전과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천호선: 천 대변인은 또 미국과 필요하고도 충분한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필요한데 하지 않고 있는 협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사태해결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 등 직접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협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번 사태해결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오는 8월5일부터 이틀 간 미국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입니다.

한편, 탈레반에 납치돼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거쳐 30일 오후 5시께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 안양 샘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배 목사의 유족들은 피랍자들이 모두 귀환할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당초 예정했던 시신 기증은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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