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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인 인질 처형 위협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사건 7일째를 맞은 25일, 탈레반측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를 처형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초미의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피랍인들의 조기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긍정적인 외신보도들로 기대에 부풀었던 가족들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아프간 정부 협상단은 탈레반의 주장의 진위에 대해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 분당샘물교회 소속 기독교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 구금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인질석방 협상이 실패했다고 현지 언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25일 보도했습니다.

AIP는 이날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측은 석방을 요구하는 8명의 수감자 명단을 아프간 정부측에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며, 탈레반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협상 실패를 선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디 대변인은 한국인 인질 23명 가운데 일부가 아프간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까지 처형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처럼 탈레반의 위협이 재차 외신으로 전해지자 부푼 희망을 갖고 대책반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을 찾은 피랍자 가족들은 또 다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가족들은 “이제 어떡하냐”는 말을 반복하다 바닥에 주저 앉았고, 일부는 벽에 몸을 기대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형석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은 피랍자 가족들 가운데 일부는 실신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협상단과 한국 정부는 탈레반 측의 협상실패 선언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은 협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키얄 무하마드 후세인 씨는 "탈레반이 협상실패를 선언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탈레반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런 신호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와히둘라 무자디디 씨 역시 협상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 역시 25일 탈레반이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까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한국인 인질 일부를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측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탈레반 수감자 8명과 한국인 인질 맞교환이 추진되고 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은 이전과 동일하다"며 "보도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마감시한인 현지시각 오후 2시가 지났지만, 이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입수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부에서는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주장이 일부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그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짓 주장을 펼친 전력이 있어 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최근 피랍 독일인 2명에 대해서도 이들을 모두 처형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가운데 1명은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피랍자들을 안전하고 조속하게 석방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안전하게 석방하는 것과 조속하게 석방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피랍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협상타결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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