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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문화 축전’ 열려


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워싱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문화 축전 소식을 전해드리고, 지난 주말에 개봉한 새 영화 ‘슈렉 3편’의 내용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신간안내 시간에는 세살 때 사고로 실명한 뒤 43년 동안 맹인으로 살다가 시력을 되찾은 마이크 메이 씨의 얘기를 담은 ‘Crashing Through (밀치고 나가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한 주 동안의 문화계 소식, 간추려 드립니다.

- 이라크의 수니파 지역에서 전투경험을 기록한 미군 병사의 회고록 ‘나의 전쟁, 이라크에서의 살인의 시간’이 룰루 블룩커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컬비 버젤 씨가 지난 2004년 이라크 북부 모술에 주둔할 당시 개인 블로그에 기록한 글들을 모아서 펴낸 것입니다.

-작가 존 업다이크와 조각가 마틴 퍼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등 아홉명이 미국 예술서한협회의 새 회원이 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밖에도 건축가 빌리 치엔, 작가 데브라 아이젠버그, 작곡가 스티븐 스터키 등이 새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 ‘프라이데인 연대기’로 유명한 판타지 동화작가 로이스 알렉산더가 지난 17일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알렉산더 씨는 1969년 ‘프라이데인 연대기’의 마지막 편인 ‘상왕’으로 미국 도서관 협회가 그 해 최고의 청소년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뉴베리’ 메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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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문화의 달인 5월, 이 곳 워싱톤에서는 다채로운 한국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다음 달 8일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에 새로 한국실이 들어서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스미소니안 재단과 주미 한국 대사관, 한국 국제교류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문화 축전은 지난 4일 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이 상영되는 것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5일에는 한국의 어린이날을 맞아 청소년1백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술 대회가 열렸구요. 이어서 8일에는 젊은 한인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 세종 솔로이스츠의 케네디 센터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국문화 축전은 지난 19일 이영희 한복 패션쇼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워싱톤 디씨 교외 크리스탈 시티 하이얏트 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패션쇼에는 한인들과 미국인 등5백여명의 관객이 참석해 한국과 서양 모델들이 선보이는 한복을 감상했습니다. 디자이너 이영희 씨는 스미소니안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패션쇼이니 만큼 한국 옷의 역사가 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디자이너 이영희씨:

“지금 우리들이 항상 접할 수 있는 옷은 조선조의 옷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삼국시대 옷이 있었거든요. 삼국시대 옷이 굉장히 모던하고 더 현대적이에요. 실물은 없지만 고구려 벽화에서 모든 것을 찾았거든요. 우리 한복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서 삼국시대 옷을 전 부분에, 앞에 몇십벌이 나온 거죠.”

한복의 변천사를 보여준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한국 전통의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개량 한복들이 선보였는데요. 풍성한 한복 치마의 선을 따라 은은한 색조로 신비로운 동양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드레스들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이영희 씨는 앞서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의 새 한국실에 전시될 한복을 기증한 바 있는데요. 전세계인들이 앞다퉈 한복을 입고싶어할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자이너 이영희씨:

“우리 한복이 세계화되는 것, 세계 사람이 프라다나 루이 뷔통처럼 갖고 싶은 옷이 되길 소망하고 그 일을 위해서 계속 뛰고있기 때문에 스미소니안에 한복이 전시됐다는 한가지 만으로도 80 퍼센트는 이뤄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패션쇼 다음 날인 20일에는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을 어린이를 위한 영어 그림소설로 꾸민 ‘The Legend of Hong Kil Dong: The Robin Hood of Korea (홍길동 신화: 한국의 로빈훗)’ 낭독회와 사인회가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 행사에는 저자인 앤 시블리 오브라이언 씨와 함께 한인과 미국 어린이 10명이 출연해 책을 낭독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홍길동의 모험 얘기를 미국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날 낭독회를 감상한 어린이 방청객들은 마음대로 마술을 구사하는 홍길동의 모험 얘기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인 방청객은 한국의 영웅을 소개하는 등 한국의 일면을 미국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 축하행사는 오는 6월말까지 계속될 예정인데요. 워싱톤 한국 무용단의 공연, 국악의 명인 황병기 교수의 가야금 연주, 워싱톤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학술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또한 이와 병행해 열리는 한국 영화축전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김기덕 감독의 ‘시간’,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 , ‘죽어도 좋아’ 등 한국 현대영화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극 영화 14편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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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피부에 풍성한 몸매를 자랑하는 부부, 늘 활기 찬 당나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눈망울을 가진 장화신은 고양이…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의 주인공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개봉된 영화 ‘슈렉 3편’는 첫 주말 1억20만 달러 이상의 입장권 판매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는 ‘슈렉 2편’ 개봉 첫 주말 보다 약 2천만 달러 더 많은 액수지만 ‘스파이더맨 3편’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 개봉돼 ‘슈렉 1편’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난 2004년에 속편이 나왔고 2편 또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바 있습니다. 3편에서 슈렉은 아내인 피오나 공주의 부친인 개구리 왕이 병환으로 쓰러지자 늪지에 있는 집을 떠나 ‘멀고 먼 나라’의 성에 가서 살게 됩니다.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인 개구리 왕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아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슈렉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사양하는데요. 달리 왕위를 계승할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면 자신이 왕이 돼야하는 상황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슈렉은 다른 유일한 계승자로 알려진 아서라는 이름의 10대 소년을 찾아 나서는데요. 슈렉 역의 마이크 마이어스 씨 등 1편과 2편에서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했던 배우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배우 에디 머피 씨는 세상물정에 밝은 슈렉의 친구 당나귀 역으로 돌아왔는데요. 에디 머피 씨는 영화 제작진이 워낙 세심하게 배역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어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습니다.

장화신은 고양이 역 역시 전편에 이어서 안토니오 반데라스 씨가 맡았습니다. 반데라스 씨는 슈렉은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성격을 창조해 냈고, 바로 그같은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슈렉 역의 마이크 마이어스 씨는 슈렉 영화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력을 가질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슈렉 3편에 나오는 동화속 공주들은 앉아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기 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는 거죠. 피오나 공주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캐므론 디아즈 씨는 이같이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메시지를 환영합니다. 디아즈 씨는 여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청소년에게 다른 사람이 뭔가 해주길 기다려선 안되며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비평가들로부터는 전편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슈렉 3편을 보기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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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로버트 커슨 씨의 새 책 ‘Crashing Through: A True Story of Risk, Adventure, and the Man Who Dared to See (밀치고 나가기: 도박과 모험, 그리고 용감하게 앞을 다시 보려는 남자의 얘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세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고 43년 동안 맹인으로 살다가 수술로 시력을 되찾은 마이크 메이 씨의 실화인데요. 메이 씨는 맹인인데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모험에 도전해 시력장애자들 가운데 스키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중앙정보국 - CIA에서 근무한 경력도 갖고 있습니다.

메이 씨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안구이식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작가 커슨 씨에 따르면 장기간 맹인으로 지내던 사람이 시력을 되찾은 경우는 예순 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암흑에서 벗어나 새로 사물을 볼 수 있게된 사람의 삶이 과연 더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앞을 보게됨으로써 불행해 지는 것은 아닌지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앞서의 예를 보면 맹인으로서 만족한 삶을 누리던 사람들 가운데는 오히려 사물을 볼 수 있게됨으로써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 이들도 있었는데요. 메이 씨는 과연 이전보다 더 행복해 졌는지 궁금해 집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메이 씨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 사람의 표정은 읽지 못한다고 합니다.

매주 화요일밤에 보내드리는 문화의 향기, 신간 안내를 끝으로 이번 시간 마칩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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