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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경제 잠재성 있다’


각종 경제제재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도 고전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다시 도입하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히는 ‘미국 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Nicholas Eberstadt) 선임연구원은 21일, 북한은 인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취재에 손지흔 기자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북한의 국내총생산 GDP 규모는 각각 세계 14위와 88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경제규모 면에서 한국에 훨씬 뒤처져 있지만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워싱턴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연구단체인 ‘미국 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Nicholas Eberstadt)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경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원에 비해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면서, 어떠한 경제체제라도 일관성 있게만 도입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북한이 고전적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출 소득이 지금의 4배에서 10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란 생산수단을 사회가 소유하고 계획경제에 따라 생산과 분배가 이뤄지는 경제체제를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경제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배급제를 폐지했고, 이에 따라 고전적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다소 벗어난 상태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21일 워싱턴 소재 한국경제연구소 (Korea Economic Institute) 에서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북한 경제: 위기와 재앙 사이 (The North Korean Economy: Between Crisis and Catastrophe)’ 출판기념회를 갖고 북한 경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은 현재 수출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굉장한 기회들을 잡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북한 정부가 ‘군이 강해야 경제가 산다’는 선군정치 이념을 포기할 자세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특히 북한 전체인구의 6% 이상이 조선인민군에 동원돼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는 전례없이 높은 비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하지만 최근 갈수록 많은 북한 군인들이 동원해제돼 경제활동에 투입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개혁의 징후들 가운데 하나는 조선인민군 상당수가 동원해제돼 재배치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물론 농사일이나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등, 경제적 활동에 항상 참여했지만 그 참여율이 전보다 늘었다는 것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 군인들은 무엇보다도 숙련공으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을 대거 동원해제하면 그만큼 많은 자원을 생산성 증대와 이윤창출 목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또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의 대북한 지원정책을 이른바 ‘퍼주기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한국은 남북 경제협력과 정치 문제는 별개라는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이 당초 제안했던 정책을 좀 더 신중히 (scrupulously) 시행한다면 북한을 보다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 지나친 보조금을 지원하면 북한 내 변화의 기동력은 그만큼 줄어든다며, 한국의 대북 경제협력은 좀더 이윤추구적인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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