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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키스탄 핵기술 도입으로 플루토늄 계획 촉진'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밀매조직을 통해 구입한 핵 기술은 궁극적으로 1994년 미국과 북한 간에 체결된 제네바합의의 파기와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 재개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 핵 문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또 북 핵 6자회담이 성공해도 북한의 내부구조가 붕괴하고 핵 물질에 대한 중앙의 통제가 사라지면 북한은 핵 물질과 장비들을 암시장을 통해 판매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을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Mark Fitzpatrick) 선임연구원은 8일 ‘핵 암시장, 파키스탄, A. Q. 칸과 핵확산 조직망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990년대 후반에 압둘 칸 박사가 북한에 제공한 핵기술이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을 직접 도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칸 박사가 북한에 판매한 기술은 고농축우라늄 개발 기술로, 북한의 지난해 10월 플루토늄 핵무기 실험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칸 박사가 리비아에 핵무기 설계도를 판매했던 비슷한 시기에 이를 북한에도 판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은 우라늄을 기본으로 한 파키스탄의 핵무기 설계도를 재설계해 자체 풀루토늄 핵무기 생산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칸 박사가 리비아에 판매한 핵무기 설계도는 95%의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은 리비아와 달리 핵산업 기반시설과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방대한 영역의 전문가와 기술자를 확보하고 이 분야에서 오래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불완전한 설계도를 기본으로 해서 제공되지 않은 정보를 자체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칸 박사의 밀매조직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북한측이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그보다는 칸 박사 측에서 먼저 이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고, 북한은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한 핵무기 제조의 대안으로 이를 채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칸 박사가 북한에 판매한 핵기술은 결국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동아시아의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 때문에 북한이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받는 대신 핵 활동을 동결키로 한, 미-북 간 제네바합의가 파기됐고, 이후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플루토늄 계획을 재개해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기술과 핵물질 그리고 장비 등이 암시장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북한이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북한에는 암시장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큰 많은 핵관련 장비가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내부구조 붕괴로 핵물질들에 대한 중앙의 통제가 사라지면 이들이 암시장을 통해 판매될 우려는 더욱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핵 암시장을 통한 핵확산 문제는 칸 박사의 암거래 조직이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004년 칸 박사를 가택연금했지만 그의 불법 중간매매 조직은 여전히 통제 밖에 있으며,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앞으로 북한을 비롯해 어떤 국가나 단체 등이 암시장을 통해 핵무기를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정보 수집과 공유를 통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와 같은 협력체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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