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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한국정착 탈북자의 미국 망명시도에 제동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미국 망명 시도에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미국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BIA)는 4일 한국에 정착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2명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한국에서 탄압을 받았다는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미국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는 미국 이민법의 유권해석과 법 적용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국토안보부 또는 이민법원과는 다른 기구로 법무부의 항소법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비중있는 기구입니다.

이민항소위원회는 4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가 미국 망명을 신청할 경우 한국에서 탄압을 받았다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정했습니다.

미국의 법 적용 여부를 유권해석하는 이민항소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이민법원에 망명을 신청한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이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앞서 지난 2000년 초반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 남,녀 2명은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에 입국한 뒤 이민법원에 망명을 신청했었습니다. 이민법원은 그러나 지난 2004년 12월 이들 탈북자들의 주장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추방명령을 내린 뒤 2005년 다시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로스엔젤레스의 쥬디스 우드 변호사는 그러나 북한인권법 제 302조에 근거에 미국 정부는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망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민항소위원회에 항소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 302조는 탈북자가 한국국적을 취득해 한국 시민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더라도 미국 망명이 거부되지는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 많은 이민 전문가들은 이 조항은 한국에 이미 정착해 한국정부로 부터 정착금 등 혜택을 받은 탈북자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한국을 선택하지 않고 미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은 항소문에서 자신들은 한국에서 본질적으로 제한된 삶을 살아왔으며,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민항소위원회는 그러나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과거 박해로 고난을 받았거나 탄압으로 공포을 느꼈다는 어떤 구체적 증거도 없는 만큼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정했습니다.

이민항소위원회는 또 이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취업의 경험이 있고 이동과 표현의 자유을 누렸으며 멕시코까지 자유롭게 여행하는가 하면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금까지 받았다며 원고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난민은 미국 국경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제 3국에 있는 사람들을 말하며, 망명은 합법 또는 불법 입국에 관계없이 미국 영토 안에 들어온 사람이 신청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탈북자들의 신분과 관련한 법조항의 해석 차이로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해 왔습니다.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약 50~1백여명의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불법으로 입국해 망명을 신청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원은 이와 관련해 사안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어 혼란이 가중돼 왔습니다. 지난 2005년 캘리포니아 이민법원은 한국 국적의 탈북자 서석재 씨 가족에게 최초로 망명을 허용했고, 이어 비공식적으로 다른 2명에게도 망명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의 이번 판정으로 앞으로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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