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북 핵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 내야’


13일 베이징의 6자회담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북 핵 합의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좋은 첫 걸음이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미국 내 강경파와 진보파가 북 핵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6자회담 당사국들은 합의문 해석을 놓고 혼선이 없도록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이번 북 핵 6자회담 합의에 대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행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좋은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진보센터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조셉 시린시오니 (Joseph Cirincione) 수석 부소장은 이번 합의는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승리하는 이른바 윈-윈 상황 (win-win situation)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시린시오니 부소장은 이번 합의로 “북한은 상당량의 에너지 지원을 받게 됐고, 무엇보다 그토록 바라던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미국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북한의 무장을 해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는 게 시린시오니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워싱턴에 위치한 연구기관인 헨리 스팀슨 센터의 알랜 롬버그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 부국장을 지낸 롬버그 (Alan Romberg) 선임연구위원은 합의문에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합의는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이 60일 안에 핵시설을 폐쇄.봉인하는 대신 나머지 5개국들로 부터 중유를 제공받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인 만큼 전문가들은 두 합의문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핵보유국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국가가 과연 이런 동의를 했다고 해서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가서 깨끗하게 이거를 파기할 그런 의도가 있는지, 이것이 아마 60일 지나고 앞으로 실행하는 동안에 드러날 것이 그게 큰 차이가 있고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의 오공단 박사는 북한이 앞으로 60일 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나올지가 이번 합의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박사는 또 미국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강경파와 진보파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사인 존 볼튼 (John Bolton)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3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로 잠재적 핵무기 확산국가들은 “오래 버티기만 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시린시오니 부소장은 미국이나 북한의 강경파들이 이번 합의를 실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다행히 양국에는 강경파들 보다 실용주의자들이 우세하다고 말했습니다.

헨리 스팀슨 센터의 롬버그 위원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과거에 비해 보다 현실적인 대북한 협상 입장을 취하는 등, 북 핵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이 과거처럼 이번에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롬버그 위원은 북한은 그동안 잘못 인식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롬버그 위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늘 합의문의 모호함을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에도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참가국들은 단어 하나하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합의를 보도하면서 합의문에 명시된 핵시설 ‘폐기.봉인’과는 달리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를 대가로 중유 1백만 t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합의문의 해석을 놓고 앞으로 북한과 나머지 당사국들 간에 적잖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