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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초대석] 서바이버 게임 3위 한인변호사 이설희 씨 - '가정폭력 희생자 도우며 살고싶어'


문: 안녕하세요? 지난해말 방영됐던 서바이버 쿡 아일랜드 편에서 3등을 하셨는데요. 먼저 축하드립니다. 이설희 씨는 재주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 변호사면서 킥 복싱도 가르치구요. 또 이번에 서바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답: 저한테 기회가 주어졌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것 같습니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출연을 망설였습니다. 저는 연기자가 아니고 그동안 가정폭력, 여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했었거든요. 하지만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저는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신체적으론 준비가 돼 있었고 마음자세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어떠세요? 서바이버 쇼에 출연한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듭니까?

답: 무엇보다도 너무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백만 달러를 놓고 경쟁하는 텔비비젼 쇼에서 이런 좋은 친구들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같은 한인 출연자였던 율을 만난 걸 꼽을 수 있는데요. 저는 피츠버그 백인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인 친구가 많이 없었습니다. 율은 저와 같은 한인일 뿐만 아니라, 또 직업도 같은 변호사이고, 또 저와 마찬가지로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환경과 문화가 비슷하거든요. 율은 아마도 저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39일동안 쿡 아일랜드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화장도 안하고, 그냥 땅에 판 구멍을 화장실로 함께 썼기 때문에 10년동안 저를 알고 지낸 친구들보다 저에 관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바이버 쇼에 출연하고 나서, 제가 평상시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세수비누 한 장 없이 지내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게 됐고, 해 저무는 모습 마저도 감사히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민자들은 특히 미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여러가지를 성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됐다고나 할까요?

문: 어떻게 해서 서바이버에 출연하게 됐습니까?

답: 지난 몇년동안 서바이버 쇼 출연자들은 백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미국사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바이버를 방송하는 CBS 측에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인종의 출연자들을 섭외한 것 같습니다. 수천명이 신청을 해오는데도 대부분이 백인이니까 에이전트를 고용해서 공항에서 사람을 붙들거나 웹사이트를 뒤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쇼가 촬영에 들어가기 4주 전에 출연섭외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Myspace.com에 실린 제 웹사이트를 보고 연락을 해왔더라구요. 그래서 비디오로 출연신청을 했더니 촬영 3주 전에 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군대식 훈련을 받고 수영강습을 받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정신적으로 대비를 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할 것인가, 뭐 이런 것들을 궁리했습니다.

문: 서바이버에 출연한다니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답: 제가 처음에 출연신청을 한다고 하니까 흥분도 하시고, 걱정도 하시고 그랬습니다. 처음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받았을 때 먼저 부모님 의견을 여쭤봤었거든요. 전형적인 한국 부모들 처럼 걱정 하셨죠. 어떤 쇼인지 잘 모르셨기 때문에 서바이버, 생존자라는 제목처럼 다 죽고 한 사람만 살아남는 건 아니냐 며 걱정하셨습니다.

한국인들은 이 쇼 잘 안보거든요. 쇼 진행이 무척 빠르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전에 방영된 쇼를 보시고 다친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제가 다칠까봐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쟁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최종 경쟁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남을 거라고 부모님이 예상 못하셨을 겁니다. 이번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좋아하셨고, 제가 나중에 동료인 율을 배신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않고 진실한 관계를 유지한데 기뻐하셨습니다. 미국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모략하지않고도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문: 이번 쇼는 특히 처음에 인종별로 네 팀으로 구분돼서 논란을 일으켰었죠? 인종별로 나뉜다는 걸 언제 알았고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답: 현지에 도착해서 촬영에 들어가기 하루 전에야 알았습니다. 다들 한 방에 모였는데 다른 출연자들을 보니까 백인 다섯명, 아시아인 다섯명, 흑인 다섯명, 중남미계 다섯명이어서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CBS가 인종별로 팀을 나눌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럼 큰 논란이 일어날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제작자들이 인종별로 나눌 거라면서, 하기 싫으면 관두라고 하더라구요. 우리 아니더라도 출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면서요. 너무 놀랐죠. 율 같은 경우 다 그만 두고 싶다고 했습니다.

서바이버 제작자인 마크 버넷이 그러는데 원래 인종별로 나눌 생각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연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다들 자신의 문화에 굉장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오히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서 계속 남기로 했습니다.

CBS 측에서는 시청자들이 같은 인종의 출연자가 이기길 바라는지, 어떤지, 그런 것들을 보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문: 출연자들 중에 같은 한인이 있어서 반가웠을 것 같아요.

답: 처음엔 같은 한인인 줄 확실히 몰랐죠. 대충 짐작은 했지만요. 쇼 촬영 시작하기 전에 만났는데 렉서스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직업이 저랑 같은 변호사일 거라고 생각햇습니다.

렉서스는 법률 관련 연구를 많이 하는 회사거든요. 촬영 첫날 한국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웃었죠. 그 뒤에는 가끔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한국말로 얘기하면서 전략을 짜곤 했습니다.

서바이버 쇼는 항상 카메라가 돌고있고 게임이 늘 진행중이기 때문에 화장실 가기도 거북할 때가 많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가 내 얘기를 할 지도 모르거든요. 그런데 셋째 날부터 율과 서로 돕기로 동맹을 맺고 서로의 뒤를 봐줬기 때문에 견뎌나가기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문: 서바이버에 출연할 때는 누구나 물론 우승하고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습니다. 1백만 달러에 달하는 상금을 타고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누구나 참가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끝까지 가고싶지 않겠어요? 처음에 참가하면서 최종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남게될 거라고 예상했었는지요?

답: 율하고 같이 최종후보로 남게되서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키가 크지도 않고 아마 가장 작은 편에 속했을 텐데 이런 약점이 있으면 장점을 십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격이 사교적인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이라든지 공통된 취미를 찾아서 얘기하고 그걸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출연자들과 대화를 하고 그 사람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도록 애썼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정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있다는 점을 알려서 돈만 벌려는 변호사가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사람, 남을 도우려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금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 가정폭력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으로 쇼에 출연했다는 점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문: 39일동안 문명사회를 멀리 하고 섬에서 지내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일 한가지를 꼽는다면요?

답: 섬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항상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일 끝나면 집에 와서 쉴 수 있는데 섬에서는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가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 동맹을 맺고 그들을 신뢰했지만, 그래도 항상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편집이 어떻게 돼서 나올 지도 모르고, 늘 깨어있다가 잠깐 눈이라도 붙이면 방송에서 그 장면만 나올 지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됐습니다. 편집 때문에 잠만 자는 게으른 사람으로 비춰질까봐요. 전국에 방영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안 좋게 나와서 부모님과 친구들이 부끄럽게 생각하게될 까봐 그 점이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문: 가장 속 상했던 때라면요?

답: 쇼를 보지않은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같은 팀이었던 케네스와 조나산이 반란을 해서 다른 팀은 8명이 됐는데 우리 팀은 4명 밖에 남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도전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 밖에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네번 연속 도전경기에서 이겼죠. 사실 대단한 일입니다.

항상 불안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고 그 결과 질 것이 뻔해 보였던 우리 팀이 오히려 이기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 마지막에 최종 투표에서 율이 우승했는데 혹시 실망하진 않았습니까?

답: 보통 최종 후보는 두 명인데 저까지 세 명이 됐을 때 아무래도 배심원 투표에서 제가 불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아니라 Ozzie랑 Yul 이 최강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항상 뒤에서 율과 의논하고 함께 전략을 짜고 했던걸 사람들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표가 오면 율한테 갈 표가 줄어들고, 그 덕에 Ozzie가 이길 지도 모르기 때문에 율이 이기길 바랬습니다. 율과 저는 누가 이기든 서로 관심을 갖고있는 사회활동에 기부를 하기로 약속했었거든요.

그런데 Ozzie가 이기면 파도나 타러 다니고 캠핑이나 다니면서 상금을 함부로 쓸거라고 생각했어요. 율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상금을 쓰지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 표가 안 와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서바이버에 출연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답: 쇼 출연하기 한 달 전까지 한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기금이 바닥나는 참이었습니다. 재정문제가 있어서 사람들을 해고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제 경우 시기적으로 잘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만 둔 다음날 회사에서 결국 사람들을 해고했더라구요. 해고 당하는 것 보다야 스스로 그만 두는 것이 훨씬 낫죠.

쇼 끝나고 돌아와서는 ‘Becky Lee for Women Support Fund (벡키 리 여성지원기금)’이라는 비영리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상금 8만달러도 배우자에게 학대받는 여성들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쓸 겁니다. 요즘 면세혜택 신청하고 웹사이트 만드느라 바쁘구요. 일자리도 찾고 있습니다.

문: 매 맞는 여성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갖게 됐죠?

답: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언제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법대 가기 전부터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기관에서 일했고 법원에서도 관련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학대 당하거나 매를 맞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나 남자친구한테 학대 당한 경험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학대받는 여성 문제에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저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인데 배우자한테 매를 맞으면서 경제적이든 아이 때문이든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굉장히 축복받은 형편에 있기 때문에 되돌려 주고 싶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저를 쉽게 신뢰합니다. 제가 젊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요. 상원의원 부인이든 무숙자이건, 상류층이건 하층이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특히 이민자들의 경우 학대 받으면서도 남에게 알리지않고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민자들의 경우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언어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 그럼 특히 한인여성들을 돕는데 관심을 갖고 있나요?

답: 네. 특히 한인 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인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가정폭력 문제가 표면에서 논의되지 않는 것 같고, 또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 오는 여성들 중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편한테 맞고 지내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하소연 하면 네가 집안을 지저분하게 해놔서 그렇지, 하는 식으로 오히려 야단 맞는다는 겁니다. 또 집안 망신이다, 다시 한번 노력해 봐라, 남편이 술 마시고 들어오면 숨어 있어라 하는 말을 듣는다는데 그런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학대 받는 여성을 보면 왜 남편한테서 떠나지않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데 진짜 문제는 왜 남편이 계속 폭력을 행사하느냐 입니다. 여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문: 지금 일자리를 찾고있다고 했는데 비영리 기관에서 일할 겁니까?

답: 네. 비영리기관에서 원하고 싶습니다. 원래 학교 다닐 때 부터 종합 법률회사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서 일하면 월급도 더 높고 안정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가정폭력 문제에 집중하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이번 서바이버 쇼에 출연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는데요.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지요? 혹시 연예게로 나서라는 제안은 없었습니까?

답: 오는 6월에 유명인 위문단의 일원으로 유럽에 갈 예정입니다.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해 군인들과 군인 가족들을 위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참가해 달라는 섭외가 들어왔습니다. 운동선수나 텔레비젼 쇼 출연자 등이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해 병원을 방문하거나 군인들, 또 그 가족을 위문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거죠.

문: 네, 이설희 씨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바이버 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다시 한번 축하드리구요. 앞으로 학대받는 여성들을 많이 도와주길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와 중국의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한국어 인삿말 한 마디 해주세요. 음력 설날도 다가오는데 말이죠.

이 설희 씨: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설희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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