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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각국대표단 베이징 도착


북 핵 6자회담이 내일, 8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가운데,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각국 수석대표들이 7일 속속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해 12월에 이어 약 한 달 보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긍정적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적어도 부분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7일,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회담 참가국 모두가 잘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에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좋은 첫 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7일 베이징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6자회담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9.19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이행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이행을 마칠 때 비로소 성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에서 어려운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문제는 북한이 과연 진정으로 일부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라면서, 지난 번 베를린 회동에서 좋은 징후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앞으로 회담에서 다소 어려운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 계획의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은 3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사이에 전문가들과 협상대표들은 이번에는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해 왔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들은 미국과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받는 대신 핵 계획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초기단계 조치들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합리적 상응조치를 취하는 데 인색하거나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 본부장은 또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은 6일, 6자회담을 통해 북 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농축과 재처리를 중단하고 나아가 핵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면서, 미국은 6자회담의 맥락에서 북한과 관계개선을 포함한 광범위한 문제들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한 진전의 징후들은 지난 달 힐 차관보가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난 이후 처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의 회동 직후 미 재무부와 북한 당국자들이 지난 12월에 이어 다시 만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의 북한구좌 동결 해제 문제를 논의했고 이어 6자회담 날짜가 확정됐습니다.

북한의 초청으로 지난 달 30일부터 5일 간 북한을 방문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 관리들이상당히 낙관적이었다고 전하면서, 북한측은 영변의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유엔 사찰도 허용할 것임을 제의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로 대규모 에너지 지원과 북미관계 정상화, BDA은행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국제관계 태평양위원회의 북한 전문가인 마이크 치노이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같이 북한과의 접촉에 반대하던 일부 행정부 지도자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의 반대 때문에 정치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힐 차관보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치노이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치노이 연구원은 북한이 이같은 상황을 이해하는지, 또 지금이야말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끼는지가 한 가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치노이 연구원은 아울러 핵 보유국임을 공언하고 이를 대내적으로도 선전한 북한이 과연 어떤 상황에서 핵을 포기하기로 동의할 수 있을지가 더 큰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치노이 연구원과 다른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어도 잠정적으로나마 일부 또는 모든 핵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은 적어도 대북 금융제재의 일부 해제를 제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와 다른 미국 당국자들은 어떤 합의든 궁극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6자회담이 궤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역 내 많은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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