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금융제재 풀려야 북핵문제 진전 될 것'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도 미국의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핵 협상은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최근 평양을 다녀온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어 지난달 10일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북 석유 공급 중단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며,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거리는 전에 없는 활기를 띄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잭 프리처드(JACK PRITCHARD)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등 미국인 전문가들은 15일 워싱턴의 외신기자 클럽에서 열린 방북결과 설명회에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과 함께 핵실험과 6자회담 복귀에 관한 북한 정부의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과 관련,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의 동결된 계좌를 풀고, 미국은 이를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관리들은 또 6자회담을 위한 회담은 바라지 않으며 경제제재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고,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프리처드 소장은 전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BDA 계좌 동결이 풀리지 않으면 회담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프리처드 소장의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했다면서 , 회담 복귀와 관계없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리근 국장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은 중국의 영향이나 중재 없이 독자적으로 내린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6자회담 복귀 배경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동결 계좌 회복,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추가 제재 완화라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 프리처드 소장의 분석입니다.

그는 북한 당국자들이 북한은 핵 선제공격이나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위협만 사라지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핵 전문가인 지그 헤커(SIG HECKER) 전 미국립핵연구소 소장과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탠포드대학의 밥 칼린(BOB CARLIN) 교수도 이번에 프리처드 소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헤커 전 소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완전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방북단 일행은 영변 핵시설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이홍석 영변핵발전소 소장 등 북한과 중국 관리들을 만났습니다.

헤커 전 소장은 “현지의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핵실험이 완벽한 성공이었다고 주장했다”며 “핵실험 사실을 사전 통보받은 중국은 북한이 원시적인 4 킬로 t 규모의 폭발을 목표로 해 1킬로t 정도의 결과를 얻었으며, 이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성공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헤커 전 소장은 또 이홍섭 소장이 플루토늄 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우라늄 덩어리로부터 핵 폭발물을 제조하는 기술을 충분히 갖췄을 것이라는 게 헤커 전 소장의 분석입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이 6킬로그램 규모의 핵무기 6~8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40~50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중인 5메가와트 경수로에서 연간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 50메가와트 경수로가 정상운영되면 플루토늄 확보량은 10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밥 칼린 스탠포드대 교수는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거리는 매우 정상적이었으며 오히려 경제개혁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칼린 교수는 이번까지 북한을 모두 26차례 방문했습니다.

칼린 교수는 “중국이 한 달간 석유공급을 끊었다는 일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차로 붐비고 오히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오토바이와 건설 크레인, 야채를 실은 트럭이 지나가는 등 더 활기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처음 방문한 통일시장에서도 사람과 다양한 물건이 넘쳐나는 등 경제개혁이 더욱 활발히 진행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교수는 평양의 경제대학 관계자들이 핵실험과 관련한 강경한 주장 보다는 ‘국제교역이 없으면 발전이나 생존이 어렵다고 느꼈다’거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란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이들 전문가들은 이런 평양의 모습과 맞물려, 중국 관리들이 북한에 대한 석유나 식량 공급 중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맥아더재단의 후원으로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 전문가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