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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졸업식 연설자로 현전직 두 대통령을 초청한 튤레인 대학


미국 내 화제가 되는 쟁점과 현안을 살펴 보는 `미국은 지금' 입니다. 해마다 이 때쯤 열리는 미국 대학의 졸업식에서 큰 관심사의 하나는 누가 졸업식 연설자로 나서느냐 하는 것입니다.

문: 이례적으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함께 참석해 치사를 한 대학이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오래 남을 축하의 말을 해줄 유명인사를 졸업식에 초청하는 것이 전통이 돼 있습니다. 초청 연사는 주로 유력 정치인이나 작가, 코메디언, 운동선수, 언론인인데 이들을 초청하기는 많은 시간과 정성, 돈을 들여도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루이지애나주의 튤레인 대학은 조지 부쉬와 빌 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유치해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튤레인 대학이 두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할 수 있었던 것은 태풍 카트리나 때문입니다. 이 대학은 지난해 8월 카트리나 피해로 한 학기 동안 폐쇄된 뒤 올 1월 간신히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부쉬와 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은 카트리나 구호를 위한 자선모금에 나선 것이 계기가 돼 이번에 함께 참석해 졸업생들을 격려한 것입니다.

문 : 두 대통령의 졸업식 치사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답: 우선 부쉬 전 대통령은 카트리나는 제방을 무너뜨리고 가옥을 파괴했지만 루이지애나 주민의 마음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했다면서, 뉴욜리안즈 주민들의 용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쉬 전 대통령은 또 복구에 매진한 학생과 교수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이들의 희생과 자선은 사람들이 이웃에 대해 이기적이고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졸업생들에게 사회에 진출해서도 더 좋은 고향,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계속 동참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좀더 상호의존적이고 많은 사람이 혜택과 책임과 가치를 공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많은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일반인들 역시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사회에 대한 졸업생들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문 : 미국 대학들의 졸업식 연설자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요.

답: 대체로 학생들이 연사로 모시고 싶은 사람들의 명단을 학교에 전달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입니다. 그러면 학교측은 이 명단을 토대로 이사회 등에서 학교 기준에 부합하는 연설자 명단을 작성하며 총장이 최종적인 결정을 합니다. 유명인사를 초청하기 위한 대학들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서 몇 년에 걸쳐 관련 작업을 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유력한 동문을 동원하거나 초청 대상자와 대학 혹은 대학 소재지와의 인연 등을 내세우는 등 모든 연줄을 동원합니다. 한 예로 동부의 명문 펜실베이니아대학은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를 올해 졸업식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2년 간 공을 기울였습니다.

또 테네시주의 명문 밴더빌트대학은 백악관에 근무하는 동문들을 동원해 부쉬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쉬 여사를 연사로 초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문: 유명인사를 초청하는데 연줄이 동원되는 것은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말씀드리면, 텍사스대학 린든 존슨 공공대학원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안보부보좌관을 지낸 것이 인연이 돼 클린턴 전 대통령을 올해 연사로 초청했습니다.

또 로드아일랜드주의 로저 윌리엄스 대학은 총장 부인이 로라 부쉬 여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여성 교육과 관련한 논의에 참여한 것을 내세워 부쉬 여사를 유치했습니다. 또 호바트 윌리엄 스미스 대학의 마크 기린 총장은 민주당의 마이클 두카키스 대통령 후보 시절 홍보 담당이었는데, 당시 AP 통신 기자였던 CNN방송의 존 킹 기자와 가까이 지낸 인연으로 킹 기자를 연사로 초청했습니다.

문 : 졸업식에 연사로 나서는 유명인사는 무척 많겠지만 그래도 가장 인기 있는 연사는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이겠지요.

답: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은 개인적 인연보다는 정치사회적 의미가 큰 경우에 한정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부쉬 대통령은 사관학교 가운데 한 곳은 해마다 참석하는데 올해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와 상선사관학교, 오클라호마 시청 폭파사건이 일어났던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그리고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미시시피 걸프만 전문대학 등 네 곳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하기로 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2년제 전문대학에서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 학교측이 초청한 인사를 학생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지요.

답: 2008년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오는 19일 뉴욕의 뉴스쿨에서 연사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대학 8천여 학생 가운데 1천여명이 맥케인 의원을 연사로 초청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을 밥 케리 총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뉴스쿨은 진보적인 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서명에 참가한 학생들은 맥케인 의원의 낙태와 동성애 등에 대한 입장이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밥 케리 총장은 민주당 상원의원 출신입니다.

한편, 대학들은 졸업식 초청연사에게 대체로 명예학위와 여행 경비 등을 지급하는 등으로 예우를 하지만 적지않은 사례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클라호마대학은 <NBC> 방송의 인기프로인 '투데이 쇼'의 진행자인 방송인 케이티 쿠릭씨를 초청하면서 사례비로 11만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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