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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내 주요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는 과거 북한의 민간인 납치 문제


일본 정부는 지난 1977년 13살의 나이에 북한에 의해 납치됐던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이 1978전라북도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영남씨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북한당국에 의한 민간인 납치 문제가 또다시 한국과 일본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코타 메구미씨는 지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납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그의 납북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에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였습니다.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 부터 요코타씨의 납북 사실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요코다씨가 1986년 김철준이라는 사람과 결혼해 이듬해 딸 혜경을 낳고 살다가 1994년에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정보를 토대로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관련 각 부처가 4년 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요코타씨와 관련한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요코타씨의 남편이 한국에서 납치돼 온 사람이라는 정보는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 송환된 일본인으로 부터 나왔습니다. 이 사람은 일본 당국에 `북한에서 10여년 간 요코타씨 부부와 알고 지냈는데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영남씨의 납북은 1997년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의해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요코타씨가 한국인과 결혼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외교관들이 북한에 사는 요코타씨의 딸 김혜경씨를 면담해 DNA 검사를 위한 혈액과 머리카락 시료를 확인했습니다. 이어 북한측이 요코타씨의 남편이라고 공개한 김철준씨의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밀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일본은 김철준씨 유전자 확보에 실패하자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직접 나종일 주일대사에게 김영남씨를 비롯한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의 유전자 채취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이후 복수의 기관을 통한 검사를 통해 김혜경씨가 김영남씨와 요코타씨의 자식임을 확인했으며, 이런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김영남씨는 북한에 납치된 뒤 이름을 김철준으로 바꾸고 남한에 파견되는 간첩교육을 담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가 요코타씨와 김영남씨가 부부임을 확인한 것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에서 나오는 반응은 크게 엇갈립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의 무성의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납치는 허락할 수 없는 범죄'라면서 `북한은 이런 일을 두번 다시 일으키지 않도록 납치 문제 규명에 성의를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주 도쿄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요코타씨의 DNA 감정 결과를 전하면서 이 문제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1997년 김영남씨의 납북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로부터 그가 요코타씨의 남편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일본은 조사결과가 확정적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미온적입니다. 대북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기를 꺼려온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한국 언론들은 13일자에서 거의 예외없이 사설을 통해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번 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북한의 위조지폐 사건에 대해 보였던 반응과 어쩌면 이리도 닮았는가'라고 지적하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북한에 이렇게 비굴한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납북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북측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요코다씨의 남편이 한국에서 납치된 김영남씨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부인했습니다. 대일 수교협상의 북한측 대표인 송일호 대사는 일본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일본의 의도는 `남한을 납북자 논란에 끌어 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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