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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획보다는 통치방식으로 민심 사로잡은 일본 정치사의 혁명적 인물 고이즈미 총리 (영문+오디오, 관련기사 참조)


일부에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일본 총선은 거의 전적으로 경제개혁, 특히 우정국 민영화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일본 우정국은 우편물 배달 외에 금융 및 보험 업무도 하며, 자산이 수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금융기관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켄트 캘더씨는 1990년대 말 일본 금융위기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좀더 안전한 우체국에 자신들의 돈을 맡겼다고 말합니다.

"우체국은 안전할 뿐 아니라 구좌당 5만달러까지 면세여서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우체국에 예금을 하면 오랫동안 신원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 결과 일본 우체국의 저축구좌 수는 인구의 세배에 달했으며 이들 모두는 바로 면세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체국의 금융업무는 일본의 침체된 경제에 역효과를 냈습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변화시키기를 바란 것이라고 캘더씨는 말합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체국의 많은 허점을 없애고 이를 민영화해 자금이 수익을 내는 사업에 투자되도록 하는 한편 우체국은 금융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제 우정국의 활동을 분리할 것입니다."

많은 관측통들에게 이번 총선에서의 유례없는 투표율은 대다수 일본인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 방안에 찬성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은 공공사업 지출이나 수출 대신 소비와 자본지출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지지자들은 비록 일본의 실업률이 2003년에 5.5%로 증가하긴 했어도 고이즈미 총리의 정책들은 일본 금융체제의 파산을 막았다고 말합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정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 정권에서 일본경제는 10년 이상의 침체에서 회복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경제계획보다는 통치방식으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합니다. 데렉 미첼씨의 말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 자신이 외관상으로도 아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뒷부분을 길게 밑으로 내린 머리 모양이나 거침없는 직설적 성격이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당의 기간요원 같은 그런 인물이 전혀 아니며, 바로 이 것이 일본인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데렉 미첼씨는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아시아 분석가입니다. 다시 미첼씨의 말입니다.

"두번째로 고이즈미 총리는 조용한 가운데 2차 세계대전 이래 보지 못한 방식으로 일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과시하려 해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잊고 지역 내 다른 나라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외면하는 민족주의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그 것입니다. 특히 중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런 우려가 큽니다. 그렇지만 일본 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대표하는 일본에 대한 안도감과 자긍심이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동지나해의 분규수역에서 계속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작업을 벌이면서 동아시아 지역에는 새로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함께 내는 월간 <동양경제보고>의 편집자인 피터 에니스씨는 일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있으며,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들도 있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예산은 매우 불균형합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는 엄청나고, 인구는 노령화하고 있으며 이는 노년층을 돌보기 위한 비용이 커질 것임을 뜻합니다. 따라서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지 않는 한 연금 등 은퇴 급여, 요양소 등을 운영하려면 일반인들의 세금이 인상돼야 할 것입니다. 이는 엄청난 문제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년 9월 자신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후임자가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는 되돌리기 어려운 유산을 남기고 있다고 에니스씨는 말합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인이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극적으로 높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과도기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의 혁명적인 인물입니다. 이제 누구도 낡은 방식으로는 역할을 해낼 수 없습니다. 더이상 흰 와이셔츠에 파란 양복, 그리고 여기에 맞춘 넥타이를 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나와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하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 내 일부 가장 보수적인 의원들을 젊은 후보들로 교체했습니다. 새 후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성이며 여기에는 방송인, 운동선수, 인기 텔레비전프로 진행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새 세대 정치인들의 부상으로 이제 일본에서 통상적인 정치로 되돌아가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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