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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벌써 '춘궁기'...쌀, 옥수수 가격 급등"


북한 남포시 강서구 농민들이 북한 선전 현수막 앞에서 모내기를 이용해 벼를 심고 있다. (자료화면)
김원진 / AFP
북한 남포시 강서구 농민들이 북한 선전 현수막 앞에서 모내기를 이용해 벼를 심고 있다. (자료화면) 김원진 / AFP

북한이 지난해 농사가 풍작이라고 선전했지만 춘궁기 들어 곡물가 급등을 막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러시아와의 협력도 군사부문이 우선이고 식량 등 민생부문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북한내 쌀과 옥수수(강냉이) 시장 가격은 kg당 각각 7천200원과 3천300원 수준입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공개한 북한 원화의 위안화·미화 환율 비교 및 연료·식량 가격. (자료출처: www.asiapress.org)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공개한 북한 원화의 위안화·미화 환율 비교 및 연료·식량 가격. (자료출처: www.asiapress.org)

이는 지난해 말 쌀은 5천원, 옥수수는 2천원 선이었던 가격이 춘궁기 들어 급등한 탓입니다.

기록적인 흉년을 기록했던 2022년 작황의 직접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 5월초와 비교해도 쌀의 경우 1천원 정도 오히려 비싼 가격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추수기에 풍수해 등 별다른 자연재해 없이 큰 풍작을 기록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부근에서 농민들이 쌀농사를 하고 있다. (자료화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부근에서 농민들이 쌀농사를 하고 있다. (자료화면)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곡물가격이 지난해 추수기가 지나면서 상당폭 떨어졌지만 올 초부터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과거 4월쯤 시작했던 춘궁기가 2월로 당겨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소장은 또 북한 당국이 수매한 곡물을 주민들에게 비교적 싸게 팔았던 양곡판매소 가격 또한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2022년 농사작황보다 작년엔 그래도 괜찮았다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심지어 지역 양정부에서 운영하는 식량판매소도 가격인 이전엔 시장가격과 700~800원 차이를 두고 움직였는데 지금은 100원도 차이가 안 나거든요.”

한국의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쌀 가격이 평양과 신의주는 각각 5천500원과 5천600원 그리고 국경 도시인 혜산은 6천300원으로 벼 추수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황해북도 소흥군의 논에서 농부들이 괭이질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황해북도 소흥군의 논에서 농부들이 괭이질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김혁 박사는 북한의 지난해 수확이 양호했는데도 곡물가격이 오른 것은 북한 당국이 농민들의 부분적인 곡물 처분권을 빼앗고 국가 주도의 유통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정책을 펴면서 장마당 거래가 위축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암거래로 내몰리게 되고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혁 박사] “시장엔 곡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시킨 상태고요. 그리고 작년에 농사가 잘 됐는데 그 곡물의 수매 계획분을 기본적으로 다 거둬들였지만 그 이상의 농장원들이 갖고 있는 잉여곡물에 대해서 외부로 유출 못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북한은 식량난 완화를 위해 외부로부터 곡물을 들여와야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렇다 할 대규모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로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풍부한 밀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사분야에 협력의 우선 순위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자료화면)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자료화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러시아와 북한간에는 거래가 이뤄지는 것 같고요. 군수지원을 주고 바는 게 민생분야는 아니고 국방분야나 김정은 정권 차원의 전략물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 러북 밀착에도 불구하고 식량이나 장마당 생필품 가격이 안정화가 안되거든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할 당시 북한은 러시아측으로부터 식량 무상 원조 제안을 받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의지하겠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대신 최근 러시아로부터 밀 종자를 도입해 자국 내 여러 곳에 파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말 러시아를 방문한 리철만 북한 내각 부총리 겸 농업위원회 위원장은 귀국 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 대사를 만나 “4월 초 러시아 전문가들이 넘겨준 밀 종자를 평양 주변의 몇 개 군 지역들과 북부 지방들에 이미 심었다”며 “북한에서의 밀 재배에 맞는 밀 종류를 확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리철만 북한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 (사진출처: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리철만 북한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 (사진출처: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만성적인 식량난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밀과 보리 농사를 대폭 늘릴 것을 지시했고 북한은 이후 밀과 보리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러 간 기후와 토양 그리고 재배 방식 차이로 종자 도입이 실효를 거두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최창호 팀장] “만약 러시아가 모내기 하듯이 따로 키우고 그걸 옮겨 심고 하는 식의 협력이나 농자재를 공급하거나 농기계를 공급했다면 진정한 협력인데 종자라는 것은 그냥 사찰단 오면 A4 포장지 정도 크기로 넣어 주면 끝나는 건데 그러다 보니까 상당히 실효성이 낮은 협력이 아닌가 싶고.”

중국과의 국경 교역도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입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 다리 위로 트럭이 지나고 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 다리 위로 트럭이 지나고 있다.

조충희 소장은 최근 북한이 국경 일대 중국측 상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며 식량 등 생필품 거래가 다소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지난달 말부터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밀무역 재개 흐름이 잡히고 있다고 전하면서 다만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 속에서 장마당을 활성화시키는 수준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헸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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