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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활동 ‘급증’...제재로 ‘운항 불가’에도 지속 포착


대북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 유선호와 안산1호, 삼마2호 등의 항적과 현재 위치. 자료=MarineTraffic
대북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 유선호와 안산1호, 삼마2호 등의 항적과 현재 위치.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의 활동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 유조선은 대북 제재 대상이거나 과거 제재 위반에 연루돼 사실상 운항이 불가능한데도 이전보다 공해상에서 더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활동 ‘급증’...제재로 ‘운항 불가’에도 지속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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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주도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서 최근 북한 유조선 1척이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포착된 이 선박은 유선호로, 한반도 동쪽 지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뒤 대한해협을 지나 현지시각 19일 새벽 현재 제주도 남쪽으로 이동 중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유선호에서 약 216km 떨어진 지점에서는 또 다른 북한 유조선 안산1호가 뒤따르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안산 1호 역시 한반도 동쪽 해상에서부터 위치 신호를 발신해 최초 출항지가 어딘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통상 북한 선박은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을 통과할 때만 임시로 위치 신호 장치를 켜왔기 때문에 이들 유조선 2척도 이곳 해역을 통과한 뒤 지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유선호와 안산1호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유선호와 안산1호를 포함한 선박 27척을 전격 제재했는데, 특히 이들을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이는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북한 해역을 벗어날 수 없는 유선호와 안산1호가 어떤 경위로 한반도 남쪽 해상에서 포착됐는지 의문입니다.

북한의 제재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남포항에서 정제유를 하역하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자료사진)
북한의 제재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남포항에서 정제유를 하역하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자료사진)

유선호와 안산1호는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으로부터 불법 행위를 여러 차례 지적 받은 선박입니다.

과거 전례로 본다면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를 위해 특정 수역으로 향하거나 모항인 북한 남포로 되돌아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선박은 이들 2척만이 아닙니다.

VOA가 마린트래픽 자료를 살펴본 결과 최근 10일 간 위치 신호가 포착된 북한 유조선은 모두 8척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주일에 1~2척꼴로 발견됐던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중국 해상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포착된 천마산호 추정 선박. 사진=Planet Labs (자료사진)
중국 해상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포착된 천마산호 추정 선박. 사진=Planet Labs (자료사진)

특히 이들 8척 중에는 유선호와 안산1호를 포함해 삼마2호와 천마산호 등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선박이 5척이나 되는데,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중국 인근 해상을 운항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제재 대상이 아닌 나머지 선박도 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북한 선박 '신평5호'가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자료사진)
북한 선박 '신평5호'가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자료사진)

현재 대한해협을 통과 중인 신평5호는 과거 부산을 모항으로 둔 한국 선박 우정호였지만, 2019년 돌연 북한 선박이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최근 중국 인근 해상에서 운항 기록을 남긴 백양산1호도 지난해 11월까진 선적 미상이었지만 약 한 달 뒤부터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패널은 신평5호의 소유권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이전된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보고서에서 신평5호를 제재할 것을 안보리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신평5호와 백양산1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해상을 버젓이 운항 중인 것입니다.

한반도와 중국 사이 해역에서 발견된 북한 유조선 월봉산호도 수상한 항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월봉산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 번호 대신 언제든 변경 가능한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통해 위치 정보가 파악됐는데, 이는 월봉산호가 의도적으로 IMO 번호를 감춘 채 운항 중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박이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되는 시점에 부여되는 IMO 번호는 선박의 소유주나 기국이 변경되더라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MMSI는 선박의 등록 국가가 부여하며 언제든 새 번호로 바꿀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와 유엔 회원국들은 한번 정해지면 폐선이 될 때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IMO 번호로 북한 선박을 식별해 왔습니다.

따라서 MMSI 번호만으로 운항 중인 월봉산호가 과거 행적이나 제재 여부 등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VOA에 “정상적인 선박으로 국제 항행을 할 땐 두 가지 번호(IMO, MMSI)가 필수이지만 이미 제재 대상 선박이거나 선박의 신분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다만 이들 선박이 IMO번호는 감추면서 굳이 MMSI를 공개하는 것은 “비상시 유일한 연락 수단이기 때문에 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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