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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열 3위 11일 평양 방문…북중 협력, 김정은 방중 논의 가능성


지난해 7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리홍중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전달하는 모습.
지난해 7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리홍중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전달하는 모습.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중국 공식 서열 3위 인사가 이끄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합니다. 북러 밀착 속에서 북한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서열 3위 11일 평양 방문…북중 협력, 김정은 방중 논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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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1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공식 방문합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초청으로 자오 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이 11∼13일 조선을 공식 우호방문한다”며 “조중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 대변인은 “올해는 조중 수교 75주년이자 양당과 양국 최고 지도자가 확정한 조중 우호의 해”라며 “중국이 초청에 응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양국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양국의 깊은 우의와 양국 관계에 대한 중국의 고도의 중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자오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과 정부 대표단’이 북한을 공식 친선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방문의 구체적 목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평양을 방문한 중국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입니다.

북중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분야별 협력을 확대하고 고위급 교류도 늘리는 양상입니다.

지난 1월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1월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작년 12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났고, 지난 1월에는 쑨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해 박 부상과 다시 회담했습니다.

김성남 국제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은 지난달 21일 중국을 방문해 공식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을 만났습니다.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단순히 북중 우호의 해를 기념하는 의례적 행보를 넘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준비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한일 대 북중러라는 진영 구도 속에서 북중이 교류를 늘리고 전략적 대화를 강화하기 위해 정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중이 지난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크게 강화된 북러 관계와의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최고 지도자 간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으로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적극 유인하기 위해서 북중 관계를 올해 발전시킬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한다면 북중 경제협력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중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 뒤로 5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편을 들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행되고 있는 북러 밀착에 일정한 ‘거리두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북러 밀착을 의식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이 이번 자오 위원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경제협력 확대 등을 카드로 북한의 대형 도발을 자제시키는 정세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전략 도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전략적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중국과 북한이 전략적 소통을 하면서 정세 안정적 관리 등 차원에서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그런 부분은 중국 입장에선 미국을 의식한 행보일 수도 있을 거에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나름대로 중국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죠.”

이런 가운데 중국은 4년여 간 중단됐던 한일과의 3국 정상회의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일본, 중국 정부가 5월 하순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며 “정상회의 개최 일정이 오는 26∼27일 전후로 검토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경제난이 심각한 가운데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려는 중국으로선 북러 밀착에 편승해 미한일 대 북중러 구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기엔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장 박사는 중국이 북중러 삼각 연대 틀보다는 북중, 중러 양자 간 협력에 주력하면서 한일과의 관계까지 포괄하는 지역 정세 관리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내부 경제부터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그런 여러 복합적인 것들을 고려하면 그렇게 푸틴 김정은과 함께 시진핑이 손잡고 만세를 부름으로써 세를 과시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북러 중러 북중 이런 식의 관계들은 유지하되 중국 입장에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일본까지도 정세를 관리하려는 이런 맥락들을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하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신냉전 외교를 지렛대로 미국과 맞서고 있는 북한으로선 한중일 정상회의에 불만을 가질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연내 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했고, 지난 1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에게 이른 시일 내 북한을 방문할 용의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사전 점검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할 것 같고 그러나 중국이 그렇다고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고. 북한 입장에선 이걸 상쇄하는 효과는 외교적 대미지를 상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본인들의 신냉전 외교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푸틴의 방북이거든요.”

한편 자오 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의 방북에 앞서 중국 예술단 300여명이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중 친선의 해’ 개막식 합동공연에 참가할 중국 예술단이 지난 6일과 9일 평양에 도착했다”며 “중국의 관록있는 예술단체들과 명배우들을 망라하고 있다”고 10일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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