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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김정은 “이제야 시작, 송구합니다” 사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열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열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올해 초에 ‘전쟁’을 언급하며 한국을 위협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지방 발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공장을 세워 주민생활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요. 과연 뜻대로 될 수있을지, 그 배경과 문제점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월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안남도 성천군의 공장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장 착공식 연설에서 이제서야 지방 발전에 나선 것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솔직히 이제야 이것을 시작하는가 하는 자괴심으로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이번 착공식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 1월에 발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른 것입니다. 이는 해마다 20개 군에 공장을 지어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노동신문을 보면 3월 11일 현재 북한 13개 지방에서 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됐습니다.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구장군, 운산군, 연탄군, 은천군, 재령군, 동신군, 우시군, 고산군, 이천군, 함주군, 금야군, 김형직군, 장풍군입니다.

눈길을 끈 것은 착공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사과를 한 대목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방에 공장을 뒤늦게 건설해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이는 평양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가 그만큼 클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뜻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평양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에서 좋은 것은 다 평양에 보내거든요. 이게 50년 이상 계속되니까, 그 불만이 장난이 아니죠.”

북한 당국은 공장 건설을 위해 군인들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공장 착공식에서 124 연대기를 수여했습니다. 1개 연대가 2천500명 정도라고 치면 북한은 지방 공장 건설을 위해 5만명 가량의 군인을 동원한다고 볼 수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평양의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위해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건설사업을 위해 10만명 가량의 군인을 동원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최소 10만명은 될 것입니다. 왜냐면 평양시 건설에 1-2개 사단, 지방발전 20×10에도 5개 사단 정도…”

노동신문은 지방 공장이 기초 생활 물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간장,된장,고추장,건빵, 과자, 비누, 휴지같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은 또 지방 공장 건설을 추진할 조직을 꾸렸습니다. 평양에 이 사업을 담당할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노동당 조용원 조직지도부장을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박정근과 당 비서 전현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히용 등도 추진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실세인 조용원이 책임자로 임명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핵심 측근 조용원을 투입했다는 것은 사업의 중요성을 부과하는 동시에 북한의 수뇌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안그러면 안돌아가니까.”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지방발전 계획이 성공하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이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공장에 들어갈 설비와 기계를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가 분명치 않습니다. 공장 건물은 군인들을 동원해 세울 수있습니다. 그러나 된장, 간장 공장이라도 현대적인 공장을 만들려면 설비와 기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설비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탈북민 조충희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기초 원료 투입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병뚜껑 닫고 상표까지, 흐름식 생산공정을 도입할때 북한 자체로는 못하거든요, 자체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자금’도 문제입니다.

공장을 설립하는 데 돈이 필요하고, 설비를 수입하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원료와 자재를 사는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또 중국에서 설비와 원료를 사오려면 위안화나 달러같은 외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북한 중앙 정부가 공개한 예산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밝힌 예산안을 보면 농업분야에 대한 예산은 2022-2023년에 확대됐으며 2024년에도 그런 예산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안 어디를 봐도 지방 공장 건설을 위한 예산 지출 항목은 없습니다.

탈북민 조충희 씨는 지방 당국이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처음에는 노동당이 다 지어줄 것같이 하다가, 돈은 지방에 떠넘기고, 지방 단위는 또 주민들 주머니를 털거든요. 충성심, 애국심 발휘하라고 해서, 1인당 얼마씩 내라고 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공장 운영은 지방 당국의 책임이며 공장이 안돌아 가는 것은 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탈북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북한에서 공장이 안돌아 가는 이유는 원료가 부족하고 전기 공급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 원료와 자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지방 당국은 외화도 없고 물자를 수입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방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중앙에서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북한에서 기업, 공장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원료,자재, 동력인데, 또 밀가루, 설탕,식용유는 다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경제적 효율성을 타산하지 않고 공장만 건설하면 잘사는 것처럼 주민을 속이고 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대형 사업을 벌이다가 성과를 못내고 실패한 것이 한 두 건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은 2019년까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원산 관광지구는 단 한명의 관광객도 유치 못하고 방치돼 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2020년까지 평양에 종합병원을 짓겠다며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들어갈 각종 의료 장비를 확보 못해 평양종합병원은 아직까지 완공이 안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2020년 5월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을 가졌지만 이 공장은 아직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수만명의 군인을 동원해 2013년에 완공한 마식령 스키장도 평양의 몇몇 특권층만 이용하는 등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경제를 살리리면 지금처럼 김 위원장이 나서서 20×10 정책에 따라 공장을 지으라고 명령할 것이 아니라 장마당을 살리고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He should be not dictating 20x10, just let people decide what they do with money…”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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