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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 달 간 미사일 도발 잠잠… 미한 연합연습에도 이례적 저강도 대응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가운데 오른쪽)와 함께 지난달 8일 평양 시내 국방성을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가운데 오른쪽)와 함께 지난달 8일 평양 시내 국방성을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한 달 간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무력시위나 매체를 동원한 비난전도 벌이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2월 14일 이후 한 달 간 미사일 발사 무력도발을 중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이후 한 달여 동안 서해완충구역 포격과 중거리급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5번에 걸친 순항미사일 발사 등 총 11번의 무력도발을 집중적으로 벌였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한 달 동안 잠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 중인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FS)가 막바지에 이르도록 이렇다 할 무력시위 없이 저강도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프리덤실드 개시 다음날인 지난 5일 국방성 담화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5~7일 한국 서해5도 상공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신호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일 특수부대의 대남 침투훈련을, 7일엔 포 사격훈련을 지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제한된 역량을 감안해 앞으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시기를 특정해 도발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그리고 내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만약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하는 경우 아마 북한 관련 해상수송로에 대한 차단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지금 북한이 러시아를 상대로 해서 돈벌이 하는 게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북한은 지난해 상반기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고,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연합연습 때도 순항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 등을 발사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이 이에 대한 비난 기사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며 미한 연합연습을 ‘북침전쟁 연습’이라며 선전전을 펴 온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런 절제된 대응은 대미 대서방 전선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러시아의 중요 정치일정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에선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가 지난 11일 마무리됐고, 러시아는 오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양회 기간 지나치게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 또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굳이 러시아와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 이런 정치적 고려들이 시기적으로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있는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대해선 선거 판세를 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일본에 대해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북일 정상회담 시사 발언 이후 한 달 가까이 비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두 국가론’에 기초해 한국을 분리시키면서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세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대한민국을 강하게 두 개 국가론으로 분리시켜놓고 일본,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닐까, 일본과 국교정상화라든가 미국과의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트럼프 당선 이후의 가능성 이런 것을 두고 현 정세를 관리하는 것으로 봐야 할 거에요.”

하지만 북한이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프리덤실드 연습이 끝난 이후에도 미한 훈련이 이어지고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같은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자신의 일정에 따라 국방력을 증강해 나가는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도발 여력이 한층 더 제한적일 수 있고 또 미 대선까지 긴 호흡으로 도발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고양욱 연구위원] “북한이 뭔가 세게 안 나오는 것은 훈련에 대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커다란 2024년, 2025년 이후 미국의 새로운 정부 이런 맥락에서 긴장을 끌어가기 위한 조절의 과정이 아닌가 그래서 시기를 판단해서 강도를 점차 높여가기 위한 접근이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 등이 있는 4월 중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하는 등의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또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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